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계곡 살인’ 이은해, 지인 카드 쓰다 덜미…李-조현수 구속영장

입력 | 2022-04-19 03:00:00

李, 대포폰으로 카톡 통화기능 이용… 통화기록 안남아, 검경 추적 피해
수사팀, 지인 숙박비 결제 포착 뒤 차적 조회 등 거쳐 李 은신처 파악
이-조, 도피과정 진술 거의 안해… 검찰, 조력자 찾는데 수사력 집중
살인 등 4개 혐의… 오늘 영장 심사




약 8억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됐던 이은해 씨(31)와 공범 조현수 씨(30)가 과거 여행 때 사용했던 지인의 신용카드로 다시 숙박 예약을 하다가 수사당국에 덜미를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간의 도피 기간 동안 주로 어두워진 후 외출하고 통화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대포폰으로 카카오톡 통화기능(보이스톡)을 이용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지만 한 번의 방심이 검거로 이어진 것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도피를 도운 조력자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 과거 썼던 지인 카드로 다시 결제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2월부터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이 씨와 조 씨의 행적은 공개 수배 나흘 만인 이달 3일 지인들과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온 후 꼬리가 잡혔다.

경기 외곽의 한 숙소를 예약했는데 이 씨가 과거 여행 때 썼던 지인의 카드로 숙박비를 결제한 것이다. 카드 명의자는 검경의 주변인 수사에 포함된 인물이었다. 수사팀은 이후 카드 명의자가 해당 기간 숙소가 있는 지역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검경은 즉시 수사관을 이 씨 일행이 묵었던 숙소로 보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한 뒤 차적 조회에 나섰다. 이를 통해 두 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들을 조사해 이달 13일 두 사람이 3호선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 있다는 결정적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전담수사팀이 인력을 40여 명으로 대폭 늘린 것도 수사망을 좁힌 이때였다.

○ 조력자 찾는 데 수사력 집중… 구속영장 청구

검찰은 이 씨와 조 씨가 본인 명의의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4개월 동안 도피생활을 이어갔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6일 체포 당시 두 사람은 야위고 초췌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도피 과정에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범인 조 씨가 도피 전 상당한 현금을 갖고 있었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한 오피스텔 월세로 2월부터 매달 100만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오피스텔에선 현금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방에는 생수통과 그동안 음식을 해 먹고 남은 식재료 약간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볼 때 도피 과정에서 이들에게 큰 금액을 지원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던 지인들이 은신처 인근에서 음식물을 사다주거나 소액의 도피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이들이 이달 초 1박 2일 여행을 다녀올 때 숙소 등을 결제한 카드의 명의자가 도주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씨와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도피 과정에 대해 거의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선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조 씨는 진술을 회피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18일 이 씨와 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일단 살인과 살인미수 2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미수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19일 오후 3시 반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검찰은 또 도주 기간 사용한 대포폰 2대의 통화기록과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한 뒤 조력자로 의심되는 이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조 씨와 이 씨는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남편 윤모 씨(사망 당시 39세)를 다이빙하도록 해 사망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