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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라 불럭이 돌아왔어… 악당된 ‘해리포터’랑

입력 | 2022-04-19 03:00:00

B급 코미디 영화 ‘로스트 시티’
납치된 소설가의 화산섬 탈출기
연기 베테랑들 ‘병맛’ 유머에 웃음



영화 ‘로스트 시티’에서 악당 페어팩스(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앨런(채닝 테이텀)과 로레타(샌드라 불럭·왼쪽에서 두 번째부터)를 배에 태우고 보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로 가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초의 모습 그대로인 듯한 도미니카공화국의 정글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다. 스크린에 펼쳐진 초록의 풍광은 관객들을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장대한 자연을 무대로 담아낸 내용은 ‘병맛 코드’로 가득한 B급 감성 코미디. 배경과 이야기의 부조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영화 ‘로스트 시티’ 얘기다.

베스트셀러 소설가 로레타(샌드라 불럭)는 북콘서트가 끝난 뒤 호텔을 나서다 언론 재벌 아들 페어팩스(대니얼 래드클리프)에게 납치된다. 페어팩스는 자신이 찾는 전설의 고대 보물이 있는 화산섬이 어딘지를 로레타의 책을 보고 알아낸 인물. 그는 보물의 구체적 위치가 담긴 양피지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이가 로레타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로레타를 섬으로 데려가 해독을 강요한다. 로레타의 책 표지 모델로 납치 직전 로레타에게 막말을 했던 앨런(채닝 테이텀)은 죄책감을 씻기 위해 로레타를 구하러 화산섬으로 들어간다.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야기는 로레타와 앨런의 섬 탈출기로 단순하다. 단순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만드는 건 불럭과 테이텀이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주고받는 유머를 녹인 스몰토크. 구시렁거림에 가까운 이들의 대화는 관객들을 킥킥거리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불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소화하는 코미디 연기는 30년이 넘는 연기 내공을 실감케 한다. 불럭과 테이텀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을 때 가장 웃긴다는 사실을 잘 아는 듯하다.

앨런의 부탁으로 화산섬에 들어가는 잭 트레이너 역의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도 차분한 액션 연기를 펼치며 짧은 출연에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래드클리프의 악당 변신도 눈길을 끈다. 신사적으로 보이려 애쓰는 악당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아무리 영화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일부 과도한 설정은 아쉬운 대목. 뻔한 로맨스를 빼고 끝까지 코미디에 집중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20일 개봉.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