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쇼팽’에 발라드-소나타 담아 발라드 1번, 전체가 하나처럼 연결 이달부터 제주-서울 등서 공연 녹음 곡도 잘라붙이기 없이 수록
‘오키드 클래식스’ 레이블로 발매된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첫 쇼팽 앨범. 쇼팽의 발라드 네 곡과 소나타 3번을 실었다. 목프로덕션 제공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새 앨범 ‘쇼팽’(오키드 클래식스 발매) 첫 곡으로 실린 쇼팽 발라드 1번을 CD 플레이어에 올려놓는다.
발라드란 ‘이야기하듯 풀어나가는 곡’을 뜻한다. 장면마다 구분되며 연결되는 이 곡을 조재혁은 하나의 큰 그림으로 그려 나간다. 뚜렷한 단절 없이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굽이친다. 공간감이 풍요하면서도 해상도가 뚜렷한 녹음이 큰 강약 대비를 받쳐준다. 흔히 듣던 것과 사뭇 다르고, 인상적이다.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렸죠. 시인들이 하는 일은 일상의 단어를 재배열해 예술로 만드는 것입니다. 쇼팽은 이미 존재하는 음악적 단어들을 가져와서 그 어휘를 확장합니다. 반음계 음표 하나로도 섬세한 화성을 만들어 내죠.” 음반 발매에 앞서 지난달 유튜브에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조재혁은 이렇게 말했다.
조재혁의 여섯 번째 앨범인 이 음반은 그의 첫 쇼팽 음반이다.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피아니스트로서 쇼팽은 처음부터 마음에 담고 있던 작곡가”라고 말했다. “그의 발라드 네 곡은 각각 색상이 진해서 연주회에서 한 번에 연주하는 일은 드뭅니다. 어떻게 한데 엮을까 고심했죠.”
음반 후반부에 실은 소나타 3번에 대해서는 “대학 1학기 실기시험 때 처음 쳤으니 함께한 세월이 오래다. 매우 심오한 곡인 만큼 평생의 프로그램으로 삼을 작품으로 여기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녹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독일 하노버 라이프니츠홀에서 이뤄졌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 여러 명인이 음반을 녹음한 곳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음반을 만들 때 여러 부분을 따로 녹음한 뒤 편집해 붙이지만 그는 모든 곡을 여러 번 친 뒤 하나를 고르는 ‘원컷’ 방식을 택했다고 밝혔다. 칠 때마다 연주의 설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이체 그라모폰(DG) 부사장을 지냈고 그래미 클래식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마이클 파인이 음반 프로듀싱을 했고 톤마이스터 최진이 녹음 엔지니어를 맡았다. 애플뮤직에서는 입체음향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로 감상할 수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