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의혹 영어성적-연구논문-자원봉사 기록 탈락때 제출 자료와 차이 없어 사실상 자기소개서가 당락 가른 셈… 자소서 평가 6명중 3명 鄭 지인 함께 동문회 교수 “아들-딸 몰랐다”… 교육부, 경북대측 감사요청서 접수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 관련 논란이 연일 확산되는 가운데 후보자의 아들 정모 씨(31)의 2018학년도 1단계(이전 대학 성적, 공인영어성적, 서류평가의 종합) 전형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정 씨는 2017학년도에도 경북대 의대 학사 편입시험에 지원했으나 1단계 전형에서 탈락했다. 반면 이듬해에는 자기소개서를 뺀 나머지는 같은 서류를 제출했지만 여유 있게 1단계를 통과했다. 2018학년도 편입시험에서 정 씨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한 평가위원 6명 가운데 3명은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쓰거나 경북대 동문회 활동을 함께한 사이였다.
○ ‘같은 스펙’으로 탈락→합격
18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경북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시험 2단계 응시 대상자 99명 명단에는 정 씨의 이름이 없었다. 2017학년도 편입시험 1단계 합격 최저점수(커트라인)는 441.33점. 탈락한 정 씨는 이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2018학년도 편입시험에 최종 합격한 정 씨가 1단계 전형에서 제출한 서류는 모두 2017학년도 편입시험 원서 마감 기한인 2016년 10월 이전에 취득한 것들이다. 당시 정 씨는 이전 대학 성적으로 2016년 2월 졸업한 경북대 전자공학부 학점을 제출해 199.07점을 받았다. 공인영어성적은 2016년 3월에 발표된 TEPS 점수를 내고 98점을 받았다.
정 씨가 제출한 자원봉사 기록과 장학금 수령 내역, 두 편의 연구논문 참여 경력도 모두 2017학년도 편입 원서 제출 마감 전 이력이다. 정 씨가 2017학년도 편입시험에 탈락한 이후 새로 이수한 봉사활동 실적이나 추가로 참여한 연구는 없었다.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아들의 경우 2017, 18학년도 지원 시) 당연히 같은 스펙이었다. (1년 사이) 객관적 스펙은 달라질 것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결국 1단계 전형에서 1년 사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정성적 평가가 진행되는 ‘자기소개서’뿐이다.
○ 서류 평가자 절반, 아버지 인연
2018학년도 편입시험 당시 평가위원이었던 경북대 의대 박태인 교수(현 경북대 의대 학장)와 A 교수는 정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동문회 26대 임원 활동을 함께했다. 정 후보자와 논문을 10여 편 함께 쓴 경북대 의대 B 교수도 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정 씨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했다. 이들은 각각 30점 만점에 28점, 28점, 29점을 줬다. 나머지 평가위원 3명은 24점, 26점, 28점을 줬다.A 교수는 1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에서 “동문회 임원을 함께했지만 사석에서 만난 적은 없다”며 “당시 서류와 면접 평가에 참여했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병원장 아들, 딸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부정 있었다면 딸 예비 합격 아녔을 것”
한편 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2017학년도 정 후보자 딸 편입시험 구술평가에서 3고사실 평가위원들의 점수가 모두 20점 만점으로 유독 높았던 점에 대해 “구술평가는 정해진 기준에 따르는 정량적 평가 방식”이라며 “같은 고사실 평가위원들의 점수는 대체로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해명했다. 이재태 경북대 의대 핵의학교실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후보자 딸은 33명 합격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38등이고 예비 후보 5순위가 됐다. 수도권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 제법 빠져서 27등으로 입학했다”고 설명했다.교육부는 18일 오후 3시경 경북대로부터 정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학 등 특혜 의혹에 대한 교육부 감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제기되고 있는 의혹, 경북대 감사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