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층간소음을 없애거나 줄이는 데 당장 효과를 보는 방법은 ‘보복소음’이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우퍼 스피커가 최고로 꼽힙니다. 천장에 스피커를 붙여 꽹과리 소리, 아기우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다 심지어는 귀신우는 소리까지 틀어대니 소음· 진동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다만 이런 보복소음에 위층이 ‘재보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각오해야 합니다. 자칫 갈등 폭발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런 보복소음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보복소음-재보복의 순환 사례와 그 해결방법을 찾아봅니다.
#사례:소음(윗집)→항의(아랫집)→소음 확대(윗집)→스피커 보복(아랫집)→항의(윗집) 반복
평일 낮에는 아이들이 학교 학원에 다니느라 조용한 편이었다. 그러다 저녁 시간부터 시끄러워지 시작해 9시쯤부터 본격적인 소음이 들린다. 주말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발망치, 남매끼리 소리 지르면서 싸우는 소리, 딸이 친구랑 통화하면서 깔깔거리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어머니는 윗집에 항의하기는커녕 시장에서 물건 값 흥정도 잘못할 정도의 내성적인 성격이라 무척 힘들어했다. 그래서 따로 살던 내가 어머니 집으로 이사를 왔다.
이미 관리소 연락이나 인터폰은 어머니가 이미 해보았다고 한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나는 소음이 들릴 때마다 바로 윗집으로 올라갔다. 윗집 부인이 나왔고 아이들은 집에 없는 척 조용해지거나 때로는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봤다. 부인은 “미안하다”고 매번 하는데 달라진 게 없었다. 한번은 “애들 통제 못하면 주말에라도 밖에 내보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가 대판 싸웠다.
그 뒤로 보복성 소음이 더해졌다. 엄마와 싸우는 것을 본 아이들이 화난 것 같다. 고의로 밤에 알람 맞춰 놓고 일어나 쿵쾅거린다. 나도 페트병이나 고무망치로 천장을 쳤다.
솔직히 말해 어머니가 그동안 마음 고생한 것도 있고, 더 이상 손해 볼 것도 없다 싶어 우퍼 스피커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싸움이 길어지고 격해지니 이제는 어머니가 더 힘들어한다. 신경정신과에 가서 수면제와 항불안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중이다. 내가 윗집과 인터폰으로 싸우면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한 달 반 전부터 우퍼 스피커를 껐다. 그래도 윗집은 계속 소음을 일부러 크게 낸다.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을 정도만이라도 관계 회복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내가 먼저 사과하고 싶지는 않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좋은 말로 부탁을 했는데도 층간소음이 줄지 않으면 보복소음이라도 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보복소음은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자칫 또 다른 보복소음을 불러 옵니다.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전개되기도 합니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라도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하고 싶다면 매우 조심스런 접근이 필요합니다.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일단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나 층간소음관리위원 등과 함께 방문해야합니다. 현장 경험을 보면 느리지만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동행 방문을 해서도 상대방에게 ‘이해는 하지만 우리도 힘들다’는 취지로 접근해야합니다. 이때 과거 보다는 최근 1개월 이내의 피해를 말하고, 그 중에서도 피해 시간대를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