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내 일이 되기 전까지 남 일처럼 생각하고 사는 일이 있다. 누구나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 2년 전 이 사실을 처절히 깨달은 사람이 있다. 18일 경기 고양 홀트장애인종합체육관에서 만난 코웨이 소속 휠체어농구 선수 윤석훈(20)이다.
윤석훈은 2020년 9월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으면서 3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그해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용돈 벌이를 위해 저녁까지 아르바이트를 한 뒤 돌아가는 길에 오토바이를 탔다. 한 달 전 면허를 따 운전이 미숙했는데 오토바이와 인도 사이에 다리가 끼어 돌아갔다. 괴사한 다리의 경과를 1달간 지켜보던 의사는 끝내 절단을 권했다.
윤석훈은 이후 꼬박 2주를 울었다. 입대 후 부사관으로 임관하려던 그의 계획이 흐트러졌다. “이제 어떻게 먹고 살지?”하는 혼잣말만 나왔다. 집안 경제 사정으로 고2 때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그였다. 주위에서 “내가 너라면 그런 모습으로는 못 산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최영규 한국휠체어농구연맹 기획운영팀장은 “휠체어농구에 대한 이해와 휠체어 조작 능력에 더해 팀워크까지 겸비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며 “데뷔 시즌에 이 정도 실력을 낸 윤석훈은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말했다.
윤석훈은 ‘나이 든’ 한국 휠체어농구계에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한국휠체어농구연맹 소속 6개 팀 전체 선수 57명의 평균나이는 19일 현재 40.2세다. 윤석훈 다음으로 젊은 선수도 그보다 다섯 살이 많다. 그만큼 젊은 선수들의 ‘수혈’을 바라는 마음도 크다. 윤석훈은 “이러다가 한국의 휠체어농구가 조만간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든다”라고 말했다.
고양=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