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급등) 공포’가 세계 곳곳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경제에도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측은 물가는 높지만 저성장이라고 볼 수 없어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분석한다.
19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자체 연구결과에서 올해 세계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경기 회복 둔화라는 두 가지 위험이 세계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FT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코로나19 여파로부터 빠져나오고 있는 세계경제 회복세를 둔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와 브루킹스 연구소 추적지수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지난해 말 이후 성장 모멘텀이 상실된 결과가 나타났다.
세계은행(WB)도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4.1%) 대비 0.9% 내린 3.2%로 발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파를 반영해 전망치를 3개월 만에 1% 가까이 내린 것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5.7%에 달했다.
이같이 세계 곳곳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덮칠 전조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피해 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 따르면 올해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4.1%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이 4%를 넘긴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성장은 더디다. 한국은행은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수준인 3.0%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성장률 둔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은 일각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성장률이 적어도 2% 중후반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4% 정도라 높기는 한데 이 정도 성장하면 물가가 다소 높더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등의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국내 입장에서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 이자율을 올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재정도 줄여야 한다. 유동성을 줄이다 보면 침체가 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인플레이션이 강화되고 있고 경기 부진도 상당하다. 기저효과로 개선이 나타나는 걸로 보이지만 국민 체감 등은 충분히 그렇다”고 언급했다.
이어 “올 초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 중이라 평가할 수 있고 최근 들어 강화되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요인이 에너지 가격, 원자잿값 상승 등이라 기본적으로 비용 충격 스태그플레이션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일 좋은 게 비용 충격을 완화하는 것인데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윤석열 정부도 물가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당국과 간담회를 가져 지속적인 물가 상승 요인을 점검하고 물가 안정 대책 협의 등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 증후가 뚜렷하고, 물가가 심상치 않다”며 “장기화 물가 상승에 대비해서 우리가 물가 안정을 포함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 방안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