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은 누가 봐도 부당… 그러나 검찰 직접수사 너무 많아 검사가 수사 전면에 나서지 않고 수사에 스며들도록 하는 게 개혁
송평인 논설위원
요즘 ‘스며든다’는 말이 유행이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서 검사는 좀처럼 수사의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사실상의 수사 조율을 통해, 유럽 국가에서는 법적인 수사지휘권을 통해 수사에 스며든다. 검사의 수사 개입은 검사가 수사를 잘해서 하는 게 아니다. 소송 절차를 잘 알고 수사 현장에서 한발 떨어져 객관적으로 조언할 수 있기에 한다. 대형 비리 사건에 예외적으로 검사가 전면에 나설 때도 수사는 수사기관을 통해 주로 한다.
우리나라 검찰에는 많은 수사관이 있다. 어느 나라 검사나 사무보조원을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 검찰에는 사무보조원을 넘어서는 수사관들이 있다. 검사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수사를 한다. 미국으로 치면 연방검찰 속에 연방수사국(FBI)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세상에 이런 검찰이 없다. 검수완박에 항의하는 검사들 중에는 수사를 할 수 있다면 경찰에라도 가겠다는 이들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기소권과 수사권 중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기소와 수사는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그래서 검수완박은 틀렸다. 그러나 기소와 수사는 상호 견제가 가능할 정도로 적절히 분리돼야 한다. 바람직한 대안은 수사관 등을 줄여 검찰의 직접 수사를 가능하게 하는 물적(物的) 기반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부활시키되 수사지휘는 주로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서 하고 예외적으로 검사가 수사의 전면에 나설 때도 수사 자체는 가능한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검찰과 수사기관 관계의 모범적인 글로벌 프랙티스(global practice)다.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포기하는 대신 부패 등 6대 범죄 직접 수사권을 갖는 타협이 이뤄졌다. 문재인 정권은 그때만 해도 박근혜 이명박 정권 청산에 앞장선 ‘우리 윤 총장’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남아 있어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지는 않았다. 당시 검찰은 직접 수사권을 포기하더라도 수사지휘권을 지켰어야 했다. 사퇴를 불사하는 결기는 그때 보였어야 한다. 잘못된 거래 때문에 형사사법제도 개혁은 스텝이 꼬여 버렸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의 부당성을 따지기 위해 형사사법제도 운운할 필요도 없다. 누가 봐도 문재인과 이재명 두 사람을 향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가 이해당사자라는 점, 졸속의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는 점만으로도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는다. 검찰이 또다시 과거 정권 수사를 직접 하도록 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길 것인가. 권한이 적절히 나뉜 상태에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지면 그 결과는 덜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