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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평론가들 장르소설 편견 없어… ‘저주토끼’ 부커상 가능성”

입력 | 2022-04-20 03:00:00

英 혼퍼드 스타 출판사 버드 대표
“감동-충격적인 심오한 책… 英서 SF-공포소설 작품 평가
韓 문학작품 해외 진출하려면 韓 독자들이 작품 사서 읽어야”




“영국 문학평론가들과 독자들은 장르소설에 대한 편견이 없어요. 작품성이 높은 정보라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는 확실히 부커상 수상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를 영국에서 펴낸 혼퍼드 스타 출판사의 앤서니 버드 대표(35)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야곱의 책들(The Books of Jacob)’을 포함한 6편의 최종 후보들 중 ‘저주토끼’의 수상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그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공상과학(SF) 소설 ‘증언들’(황금가지)이나 미국 작가 조지 손더스의 공포 소설 ‘바르도의 링컨’(문학동네)이 각각 2019년과 2017년에 부커상 본상을 받은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저주토끼’는 영국에서 SF와 공포 소설 성격을 모두 지닌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기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혼퍼드 스타는 동아시아 문학 전문 출판사다. 김동인(1900∼1951)과 이효석(1907∼1942) 등의 근대 소설뿐 아니라 배명훈, 정보라 등 현대 한국 작품을 꾸준히 영국에서 번역 출간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을 영국에서 펴내는 이유에 대해 “‘저주토끼’는 감동적이고 충격적이며 흥미롭고 심오한 책”이라며 “모든 이야기가 훌륭한 단편소설집을 읽는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드문 일이라 출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앤서니 버드

그는 “2016년 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한강이나 정보라처럼 재능 있는 작가들을 보유한 건 한국에 행운”이라면서도 번역가들의 노력을 강조했다. 현지 문화에 맞춰 작품을 적절히 번역하는 건 창작에 버금갈 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박상영의 연작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은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세운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 프레스를 통해 영국에 소개됐다”고 말했다.

혼퍼드 스타는 정보라의 장편소설 ‘붉은 칼’(2019년·아작)과 단편소설집 ‘그녀를 만나다’(2021년·아작)도 영국에 소개할 계획이다. 끝으로 그에게 한국 문학작품의 해외 진출 방안을 물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 독자들이 자국(自國) 작품을 사서 읽는 겁니다. 그래야 영국에 있는 저 같은 해외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읽고 사랑에 빠질 수 있겠지요.”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