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가 상승 심리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줘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하는 것에 전념하겠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거리 두기가 끝나면 그간 억눌렸던 소비가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처럼 물가가 오른 뒤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굉장히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선제적으로 금리 시그널을 줘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여 만에 4%대로 치솟은 가운데 ‘인플레 파이터’를 자처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향후 물가 수준과 관련해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물가에 주거비 상승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서민들의 고통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에 대해선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걱정스럽지만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리 인상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세제를 통해 특정 지역의 부동산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전제가 문제였다. 서울 강남지역의 안정화를 정책 목표로 삼으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평가했다.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서 표결 없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