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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국 성장률 2.5%로 내리고 물가는 4%로 상향

입력 | 2022-04-20 03:00:00

140여개국 올해 성장률 하향
우크라戰 장기화 - 긴축 여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낮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세계 경제 회복세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봉쇄 조치까지 겹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IMF는 19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에 비해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1월 전망치(3.0%)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1%에서 4.0%로 0.9%포인트 올랐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개월 전보다 0.8%포인트 낮은 3.6%로 전망됐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낮춘 이유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긴축적 통화·재정정책,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을 꼽았다. IMF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경제전망을 내놓으며 140여 개국의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MF는 “전쟁 악화로 공급망 훼손, 물가 상승 등 직접 효과뿐 아니라 러시아의 채무 불이행 위험을 비롯한 간접 효과도 커졌다”고 했다.

세계은행(WB) 역시 18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2%로 0.9%포인트 낮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구조를 점검해 제대로 된 산업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가-금리-환율 동시 뜀박질… 침체속 물가 상승 ‘S공포’ 커져


기는 성장률 뛰는 물가… 경제 비상
코로나-우크라戰 잇단 대형 악재, 美 최악 인플레에 中은 방역 수렁
美 일각, 금리 0.75%P 한번에 인상… ‘자이언트 스텝’ 방안까지 거론
세계 경제 주춤, 한국 수출에 타격… 車 생산비 급증-조선도 수익 악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뒷걸음질치는 이유는 각지에서 대형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경제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회복되던 세계 경제가 주춤하면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 탓에 수익이 악화됐다. 한국 경제는 물가와 금리,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3고(高)’에 직면하며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 물가 치솟자 빨라진 금리 상승세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각각 0.3%포인트, 0.4%포인트 낮췄다. 미국은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더 빠르게 긴축에 나서면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에너지 가격 및 주택 임차료 상승의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8.5%나 치솟았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에 발목이 잡혔다. 18일 발표된 중국의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은 목표치 5.5%보다 낮은 4.8%였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봉쇄 효과가 반영되는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며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원유와 원자재, 농축수산물이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4.1% 올랐다. 이는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주요국의 긴축 시계도 빨라졌다.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8일(현지 시간)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해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방법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빅 스텝’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이달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2년 반 만에 기준금리 연 1.5%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환율까지 올라 무역적자 이어질 듯

물가와 금리 상승세로 국내 기업의 실적은 경고등이 켜졌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1분기 국내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8%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여전한데 생산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다.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상승하면서 자동차 강판 제품 가격은 t당 평균 15만 원 안팎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은 1조 원 이상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조선협회는 “올해 4월 선박용 후판 가격이 t당 140만 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국내 조선소의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며 “회계상 영업손실이 4조4000억 원”이라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연초 대비 30% 오른 데다 수요마저 줄었다.

여기에다 원-달러 환율까지 오름세(원화 가치는 하락)라 국내 기업들의 수입비용을 불리고 무역적자 위험을 키우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236.9원에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올해 2월 23일)보다 43.3원 올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금리, 환율이 다 오르는 3고 상황은 결국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일단은 물가를 잡는 데 방점을 두고 대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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