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사망보험에 가입한 50대가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런데 보험금 수령자로 중학교 동창이 등록돼있자 법원은 보험 사기를 의심하며 보험금을 달라고 소송을 건 중학교 동창에게 패소 판결 내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에서 민속 주점을 운영하던 김모 씨(사망 당시 54세)는 2017년 9월 17일 주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김 씨의 목에는 쑥떡이 걸려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떡이 사망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사인 불명’으로 판정했다.
김 씨는 2013~2017년 16개 보험사에 사망보험 상품을 20건이나 가입했다. 보험금 합계는 자그마치 59억 원으로 김 씨는 매달 보험료만 142만 원을 내야 했다. 월평균 소득 100만 원에 비해 많은 금액이었다.
A 씨는 고인이 떡을 먹다 질식해 사망했으니 재해 사망에 해당한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비롯한 16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중앙회 상대 보험금 청구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이 사건에 수상한 정황이 여럿 있다며 보험계약 자체를 무효로 판단하고 A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망 이외 별다른 보장이 없는 보장성 보험에서 법정상속인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해 변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대출금까지 써가며 김 씨의 보험료를 매달 126만 원씩 대신 납부했는데 재판부는 A 씨의 이런 행동이 망인의 조기 사망을 확신하지 않는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말했다.
이밖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김 씨의 모친에게 입양 동의를 받은 과정이 석연치 않고 김 씨에게 특별한 질병이 없었다는 점, A 씨가 보험설계사 근무 경력이 있다는 점 등을 수상한 보험 계약의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형사 처벌에 필요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경찰이 장기간 수사를 벌였다는 것 자체가 단순 보험사고로 보기 어렵게 한다”고 판시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