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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의장 순방 보류에 한숨돌린 민주…검수완박 ‘수정안’으로 여론전

입력 | 2022-04-20 13:18:00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4월 국회 처리에 당력을 총동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20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전격적인 해외순방 일정 보류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박 의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까지 국회 본회의 의사봉을 쥔 채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검수완박 심사에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속도전이 국론분열 양상으로 치다는 점을 의식한 듯 수정안도 시사하며 남은 시간 여론 설득에 주력할 방침이다.

당초 박 의장은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미국·캐나다 순방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박 의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계획했던 미국-캐나다 방문을 보류했다. 외교 경로를 통해 방문 국가에 양해를 요청했다”며 순방 보류를 알렸다.

박 의장의 이번 해외순방 일정은 검수완박 정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 국무회의 공포를 목표로 4월 국회 내 처리를 위한 속도전에 돌입하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검수완박의 본회의 통과 키를 박 의장이 쥐게 된 까닭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강제종료를 위한 180석 이상 요건 충족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2~3일 회기의 초단기 임시회를 통한 ‘살라미’ 카드를 검토 중이었는데 임시회 회기와 관련한 의사일정 조정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박 의장이 이달 말 해외순방을 떠날 경우 본회의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부의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가급적 순방 기간 전 입법 절차를 최대한 진행하는 속도전에 돌입한 터였다.

이런 가운데 박 의장이 해외순방을 전격 보류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4월 국회 처리 가능성을 더 높게 가져가면서 여론 설득 작업을 병행할 시간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의 4월 국회 완성에 찍은 방점은 유지하면서도 충분한 의견 수렴과 수정안 제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문재인·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야권의 비판과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법조계의 반발, 6·1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불러 올 수 있다는 당내 일각의 우려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특권 검찰을 반드시 정상화시키겟다.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국회의 시간”이라며 “국민의힘과도 마지막까지 협상하되 국회의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겠다. 검찰공화국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수에 당력을 총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검수완박 법안에서) 일점일획을 고치지 않겠다 이해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정의당, 국민의당 쪽 의견도 듣고 있고 여러 시민단체 의견도 듣고 있다. 또 법원행정처에서 제기한 것 중에서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내용은 반영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19일) 국회의장 주재에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그랬고 우리 내부적으로 논의할 때도 이 법안의 국회 처리나 국민 동의를 위해 완성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부분이라면 당연히 반영해서 최종적인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해 왔다”며 “우리가 검토하고 반영할 부분들은 자체적으로도 안을 마련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도 “국민의힘과 정의당, 시민사회 등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불가피성과 시급성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설득 중에 있으며 실질적 성과도 있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법원행정처, 대검찰청 등의 우려와 검토 의견도 반영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법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4월 국회 입법 목표는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표적·과잉수사 통제 특별법 제정 ▲수사심의위원회 권한 강화 ▲검찰총장 등이 출석하는 비공개 국회 현안질의 도입 ▲검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검사 전관예우 제한 등 5가지 타협안을 내놓은 것은 일축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최강욱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에서 “총장 입장에서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얘기조차도 과거에는 전혀 진지하게 얘기하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 갑자기 수사지휘권 부활부터 시작해 새로운 얘기들을 꺼내고 있다. 도대체 법안 심사 지연이나 입법 저지 외에 어떤 진정성이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된다는 대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지 디테일과 관련해 체계나 실무상 애로가 생길 수 있는 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고 반영할 생각”이라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기본적으로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다 수용하고 응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까지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다는 목표 하에 이번주 법사위에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카드로 사·보임을 단행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發) 돌발 변수가 생겨났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7일 민주당은 보좌진 성범죄 의혹으로 당 권고를 받고 자진 탈당한 양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하는 사·보임을 단행하면서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의 저항 수단인 안건조정위 저지선도 사실상 무력화시켜 놓은 바 있다.

상임위에서 여야 이견이 큰 쟁점 법안을 최장 90일간 논의토록 한 안건조정위는 여야가 ‘3 대 3’ 동수로 구성하는데 야당 몫 3명에 비교섭단체 1명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무소속이지만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을 끼워넣으면 사실상 ‘여 4 대 야 2’의 구도가 만들어져 안건조정위 ‘패스’가 가능하다.

그러나 양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내지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전날 SNS에 떠돈 양 의원 명의의 입장문에는 “이번 법안은 한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입법이다. 만약 오류를 일으킨다면 국민의 삶에도, 민주당의 미래에도 해악이 될 것”이라며 “저는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이번 법안에 따르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일단 해당 입장문은 양 의원이 작성한 게 맞다고 봤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박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은 그런 생각이 있으나 고민을 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본인이 아마 내부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안건조정위로 가게 된다면 무소속 한 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만약 양 의원께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거기에 따른 대책도 다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민주당이 자당 출신의 무소속 의원 사·보임을 다시 단행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재개해 검수완박 법안 심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다만 전날 소위가 최강욱 민주당 의원과 전주혜 의원 간 충돌로 파행되면서 재개가 가능하지는 불투명하다.

최 의원이 전 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저게”라는 표현을 썼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은 막말에 대한 공개사과가 있어야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사위 소위원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발언으로 빚어진 상황을 정리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리가 잘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계속 시도할 것이고 어떻게든 오후 2시에 소위를 이어서 심사를 이어가야 되겠다는 것이 저의 계획이자 의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단독 심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공식저으로 모여 앉아서 심의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