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보그틀 원자력 발전소. AP 뉴시스
미국이 노후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지원을 위해 예산 60억 달러(약 7조43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하자 미국뿐 아니라 유럽 각국도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자금 지원책을 시작한다고 19일(현지 시간) 밝혔다. 자금난으로 폐쇄 위기에 처한 원전 운영자에게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해 원전을 계속 가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 원전은 전체 탈(脫)탄소 전기의 절반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이 원전들을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원전은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전환 계획 달성에 태양열과 풍력 발전을 보완할 핵심 카드로 간주돼 왔다.
시들해지던 원전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원전 2기를 폐쇄하려던 계획을 최근 폐기했다. 오히려 주 의회가 나서서 발전소 가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지아주도 새 원자로 2기를 내년부터 가동하기로 하는 등 다른 주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유럽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원전 회귀 움직임이 뚜렷하다. 영국 정부는 최근 에너지 자립을 위해 2050년까지 원전을 6, 7기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올 2월 같은 시기까지 원자로 14기를 새로 지어 “프랑스 원전 산업의 르네상스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추진해 왔지만 원전이 탄소 배출을 줄일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데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를 계속 늘려가는 분위기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