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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렸던 마음까지 활짝… 벨기에의 봄, 두 바퀴로 만끽하라

입력 | 2022-04-21 03:00:00

벨기에 관광청
자전거 애호가들의 성지 플랑드르… 다양한 코스-숙박시설-편의 제공
안장 위에선 달콤한 초콜릿 즐기고… 저녁엔 시원한 맥주로 하루 마무리



벨기에 플랑드르가 자랑하는 사이클링. 벨기에관광청 제공


벨기에 플랑드르는 수도인 브뤼셀을 비롯해 안트베르펜, 겐트, 메헬렌, 루벤 등이 모여 있는 북부지역이다. 플랑드르 여행의 키워드는 사이클링과 맥주, 그리고 초콜릿이다.

플랑드르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이클링 애호가들이 ‘버킷 리스트’에 올리는 사이클링의 메카다. 플랑드르 사이클링의 가장 큰 특징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이리저리 휘어지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길’로 설명할 수 있다. 세계 3대 사이클링 대회인 ‘투어 오브 플랑드르’는 1913년 시작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임에도 3번 이상 우승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정복하기 쉽지 않은 도로다.

또 다른 특징은 숲과 굽이치는 언덕과 강, 운하와 시골마을이 있는 교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성, 박물관, 중세 교회와 마을, 문화재들이 즐비한 주요 도시 내에서 마음껏 사이클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랑드르 지역의 주요 도시는 중세시대가 그대로 멈춘 듯한 곳이 대부분이다. 새로 도로를 내려고 문화재를 허물 수는 없으니 시내 교통은 자전거가 주를 이룬다. 플랑드르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먼저 공공 자전거 제도를 운영해 도시 내 차량 유입도 막고, 시민이나 여행객 모두가 저렴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이클링의 인기가 높다 보니 주말은 물론이고 휴가를 내서 오로지 자전거만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이 많다. 플랑드르 자전거 여행자용 숙소에는 자전거를 개별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보관소가 있으며, 기본 수리 장비는 물론 전기 자전거를 위한 충전소 시설도 있다. 자전거를 객실로 가지고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자전거 출입에 맞게 문과 객실도 구성하고,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수분이 적은 드라이 런치박스도 제공할 정도다.

사이클링의 성지답게 다양한 사이클링 코스도 개발돼 있다. 이를 소개하는 사이트와 안내 센터가 있으며, 장애인이나 어린이 동반 가족용 사이클링 여행 코스도 있다. 현지인은 물론 사이클링 목적으로 플랑드르를 방문하는 여행객을 위해 도시와 교외 곳곳에는 수많은 사이클링 안내판이 설치돼 있으며, 본인의 자전거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편하게 자전거를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플랑드르의 사이클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이색 자전거 길을 조성할 정도로 남다르다. 숲이 우거진 림버그에 가면 두 개의 독특한 길이 있다. 하나는 숲 한 가운데 지상 10m 높이에 자전거 길을 만든 ‘나무 위를 달리는 길’인데 숲과 나무를 보호하는 동시에 마치 나무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든다. 다른 하나는 천연 호수 한가운데를 갈라 자전거 길을 만들어 점점 물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안겨주는 ‘물로 들어가는 자전거길’이다. 이러한 독특한 길을 달리기 위해 벨기에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벨기에 플랑드르가 자랑하는 맥주. 벨기에관광청 제공

플랑드르에서 사이클링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맥주다. 벨기에 사람들은 사이클링을 마치면 시원한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2016년 유네스코의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벨기에 맥주는 창의적인 시도를 수용하는 플랑드르 문화 덕분에 현재 1500종 이상이 생산되고 있다. 맥주의 역사가 곧 벨기에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문 대대로 이어지는 비법이 있는가 하면, 일명 ‘수도원 맥주’라고 불리는 트라피스트 맥주도 있다. 중세시대 수도원에서 시작된 트라피스트 맥주는 지금도 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트라피스트 맥주에 얽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플랑드르의 중세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벨기에 맥주의 또 다른 특징은 ‘1맥주 1잔’ 원칙이다. 모든 맥주는 저마다 전용잔이 있어, 꼭 그 잔에 마셔야 그 맥주만의 맛과 풍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이클링 여행을 할 때 가지고 다니면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초콜릿이다. 오랜 시간 달려서 힘이 떨어질 때 작은 초콜릿 하나가 힘을 주고 기분까지 좋게 해주는 것은 경험자만 알 수 있다. 초콜릿 안에 다양한 맛을 내는 속을 넣은 것을 프랄린 초콜릿이라 부르는데, 1857년에 이 프랄린 초콜릿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곳이 바로 플랑드르다. 현재 플랑드르 전역에 약 2130개의 수제 초콜릿 상점이 있으며, 매장마다 초콜릿 장인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프랄린을 맛볼 수 있다.

플랑드르에서는 왜 이토록 사이클링, 맥주, 초콜릿이 발달한 걸까? 플랑드르 사람들은 그들의 혈관에 맛있는 것에 대한 열정이 흐르고 좋은 것을 찾아내는 유전자가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생각이 강하다.

기나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지치고 힘들었던 시간을 벗어나서 좋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면 플랑드르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자세한 내용은 벨기에 플랑드르 지역 관광청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참고하면 된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