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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술벤처재단 이영호 사무총장 “창업 지원 20년, 기술창업 기반을 마련하다”

입력 | 2022-04-20 15:29:00


한국기술벤처재단은 1990년대 후반 시작했던 벤처기업 열풍 속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성과를 활용해 기술사업화 및 벤처기업 육성을 추진하고자 지난 2000년초에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설립 초기 KIST 내부에서 ‘홍릉벤처밸리사업단’으로 설립 기반을 조성했으며, KIST 인프라를 활용해 입주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집중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창업, 벤처를 지원하는 공공법인을 설립한 것은 한국기술벤처재단이 최초였다.

20년 이상 벤처 기업을 지원한 만큼 그동안의 운영내역과 성과는 다른 지원 기관과 궤를 달리 한다. 2020년말 기준, 정부와 지자체 등으로부터 38건의 지원 프로그램(사업비 157억 원 규모)을 수주해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시제품 제작 624건, 교육·컨설팅 지원 244건, 마케팅 지원 675건, 투·융자 지원 11건, 지재권 확보 712건 등을 운영 지원했다.

2020년말 기준 한국기술벤처재단의 창업지원운영 내역 및 성과, 출처: 한국기술벤처재단


한국기술벤처재단의 지원 프로그램에 끝까지 참여한 누적 보육기업수는 329개사다. 이들의 누적매출액은 4조 3,947억 원, 누적 고용수는 4,483명이며,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생존율은 59%에 달한다.

무엇보다 60%에 가까운 생존율이 눈에 띈다. 2010년대 이후 다시 불어 온 벤처(스타트업) 열풍 속에서 이를 지원하는 정부 및 지자체 등의 지원 사업과 정책은 스타트업 생태계 확립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받은 스타트업이 시장 경쟁 속에서 도태되어 사업을 오래 영위하지 못하는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창업 3년~5년 사이를 일컫는 데스밸리를 넘지 못해 사라지는 스타트업이 대다수다.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영호 사무총장, 출처: IT동아


20년 이상 벤처기업, 스타트업을 지원한 한국기술벤처재단의 보육기업 생존율은 그래서 새삼 눈에 띈다. 이에 it동아가 한국기술벤처재단의 이영호 사무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걸어온 창업 보육 20년간의 성과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한국기술벤처재단은 초기 KIST 내 사업단으로 시작해 지금은 서울시, 중기부, 산업부 등 정부 지원사업의 위탁 기관 등으로 활동하며 20년 이상 벤처기업,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찌보면 스타트업 지원 기관의 선배 격인 느낌이다.

이영호 사무총장(이하 이 사무총장): 하하. 아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자리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작년에 20주년 행사를 작게나마 열었다. 행사라기 보다… 지나 온 발자취를 돌이켜 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를 정하는 ‘다짐’ 같은 자리를 가졌다. 우리가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주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일은 무엇이었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그래야 다시 앞으로 전진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한국기술벤처재단은 KIST 인프라를 활용해 기업을 육성하면서 시작했다. 초기에는 KIST 연구원이 창업하는 일이나 협력 기관을 지원하는 일이 많았다. 2000년대 초기에는 서울시 홍릉 일대에 기술 벤처기업이 많았다. 아무래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ST 영향이 컸다. 대한민국 기술이 모이는 곳이지 않나. 그렇게 창업보육을 주 업무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 사진, 출처: 한국기술벤처재단


이후 스타트업이 전세계 경제의 한 축을 자리하면서 창업 지원 및 보육을 위한 영역을 넓혀갔다. 중기부, 서울시 등으로부터 창업보육센터로 공식 지정 받아 ‘중소기업청 창업보육센터’, ‘서울시 서울창업성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01년 홍릉벤처밸리투자조합 제1호(100억 원), 2019년 재단-신한 기술사업화 제1호 투자조합(10억 원) 등 투자조합도 결성했다.

IT동아: 한국기술벤처재단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 사무총장: 기술사업화와 해외 진출을 꼽을 수 있다. 창업보육센터, 기술사업화 기관 등과 총 72건의 업무협력을 체결하고, 전문위원 140명, 기술사업화 멘토 119명 등을 확보해 협력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특히, 재단 설립 이래 홍릉벤처밸리 육성 지원사업 등을 통해 2020년 인근 홍릉 지역이 강소특구로 출범하는데 기여했다.

일본, 러시아, 중국 등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며 해외 진출과 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 설립 이래 148건의 글로벌 사업을 추진, 1.969개의 기업을 지원했다. 특히, 2003년 설립한 일본 해외 사무소와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시회, 상담회, 투자 교류 등에 집중해 자체 역량만으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노력했다.

무엇보다 경험이다. 20년 이상의 기술사업화 및 창업지원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홍릉특구 출범으로 연계, 협력 기반도 확충했다. KIST도 기술사업화와 창업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협력 방안을 더욱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화 글로벌 기술교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 모습, 출처: 한국기술벤처재단


기술창업을 위한 기반을 다졌습니다

IT동아: KIST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인다.

이 사무총장: 맞다. KIST는 미래를 선도하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소 아닌가.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사업화로 연결하고자 한다. 이는 곧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에게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에 한국기술벤처재단이 창업보육한 경험과 KIST가 보유한 기술을 연결해 실용화, 사업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KIST 기술사업전략본부와 협력해 기술이전 후보를 발굴하고, 국내외 기술수요 후보기업을 찾을 수도 있지 않겠나.

이는 곧 홍릉특구와도 연결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홍릉은 서울시 최초로 연구개발강소특구로 지정되었다. KIST, 경희대, 고려대 등 3개 기관을 기술핵심기관으로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중심의 창업 및 기술사업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재단은 중립적 위치로 이들 3개 기관과 인력교류, 기술이전 등의 협력 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단은 특구 내 창업교육과 컨설팅 기능을 주관하고, 협력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 않겠나.

홍릉 강소특구 기술사업화지구, 출처: 서울시


창업보육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재단에서 현재 운영 중인 창업보육 공간에 홍릉특구 관련 기업이 입주할 수도 있고, 재단의 해외 사무소를 통해 글로벌 진출로 연결할 수도 있다. 신규 투자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기술벤처재단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 출처: 한국기술벤처재단


IT동아: 얘기를 듣다보니 KIST가 보유한 기술을 스타트업과 연결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사무총장: KIST를 포함해 국내 출연 연구성과는 그간 노력에 비해 기술사업화가 다소 부족했다. 출연연 특허활용률은 36.5%로 저조했다(2020년 출연연 특허활용률). 기술창업은 일반창업에 비해 5년차 생존률은 2.5배 이상이고 IPO는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만큼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실제로 최근 4년간 KIST의 저가(1,000만원 미만) 및 무상특허 이전 건수 157건 중 우리 재단을 통한 이전 건수는 52건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2018년부터 서울창업성장센터 운영사업의 일환으로 KIST 특허 이전과 기술지도전문위원(57명)을 통한 기술지도자문 제도를 운영했고, 이를 작년부터 출연연 특허로 시범확대한 바 있다.

(KIST 내 특허만이 아니라 출연연 특허 전체로 확대한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 KIST 특허 이전 프로그램을 출연연 특허로 확대해 출연연과 기업을 연결하고, 기술자문, 후속 R&D 지원 등 전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에는 서울시 관련 예산 2.5억 원도 확보해 기술이전 비용, 기술개발 자금 지원 등으로 안정적인 추진 기반도 확보했다. 서울창업허브 등 서울시 산하 창업센터와 협력해 입주기업 약 1,000개를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매칭할 수 있는 ‘기술마켓’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올해 1차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한국기술벤처재단 이영호 사무총장, 출처: IT동아


IT동아: 아무래도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많이 찾을 것 같은데.

이 사무총장: 맞다. 현재 45개사가 입주해 있는데, KIST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창업한 사례, 외부에서 KIST와 협력하며 기술창업한 사례 등이 꽤 있다. 자연스럽게 재단이 기술창업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특허를 연결하는 작업도 많이 하고 있고.

2020년에 입주한 휴마스터의 이대영 대표를 이야기하고 싶다. KIST에서 에어컨 관련 연구에 매진하시던 분인데, 2014년부터 사업 준비를 시작해 2016년 KIST에 창업 신청을 냈다. 매년 여름 찾아오는 열대야는 저녁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사실 25도는 통상적인 냉방 기준 온도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덥게 느껴진다. 이유는 높은 습도 때문이다. 휴마스터는 온도 대신 습도를 제어하는 에어컨 기술을 통해 2018년 올해의 10대 기계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나하나 모두 알리고 싶은 기업들이 너무 많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모두가 함께 모일 수 없어 안타깝다. 자주 만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눠야 서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기업간 연계 네트워크, 해외 사무소를 통한 글로벌 진출 등을 많이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기술벤처재단 20주년 기념식 모습, 출처: 한국기술벤처재단


IT동아: 많이 알려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사무총장: 하하. 구글 창구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 같다. 구글 창구는 2019년부터 중기부, 구글플레이, 창업진흥원이 함께 국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우리 한국기술벤처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연간 8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최대 3억 원의 사업화자금과 구글 성장 지원 패키지(컨설팅, 세미나, 마케팅, 투자유치, 네트워킹 등 지원)를 제공한다.

지난주에 올해 지원한 400여개사의 서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최종 선발된 스타트업은 평균 1.5억 원씩 사업화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상위 평가 10개사는 구글플레이를 통해 알릴 수 있어 관심이 많다. 국내 주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창업도약패키지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기술벤처재단의 현재 모습은 설립 당시의 목적과 기능 등에 비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이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기업을 위한 지원과 육성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고자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한국기술벤처재단의 노력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