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전자 사옥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0.6.26/뉴스1
“글로벌 10위 안에 드는 기업이 국내 경쟁사 눈치 보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PS(초과이익성과급) 저 정도 수준이면 OOOO(경쟁사)로 다 뜬다.”
올해 역대 가장 늦게까지 임금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통상 늦어도 3월까지는 마무리됐던 임금협상이 올해 진통을 겪으며 처음으로 4월 월급날(21일)을 넘기게 될 전망이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연봉 협상 창구인 노사협의회 근로자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2%를 요구하고 이를 구성원들에게 공지했다. 카카오(15%), 네이버(10%)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두 자릿수 연봉 인상률을 이어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회사 측에서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5% 안팎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해 입장 차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동조합과의 별도 교섭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직원 불만이 커지자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과의 대화를 확대하고 있다.
IT기업 발 연봉 인상 압박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은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14.3% 인상해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LG전자도 지난해 9%에 이어서 올해 8.2% 인상을 결정했다.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5월 연봉협상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 협상 분위기에 따라 삼성전자 협상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IT·반도체 호황기가 지나면 주요 기업의 임금 인상 경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업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봉 경쟁이 점차 치킨게임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전자업계 호황과 역대급 유동성이 끊기면 과거 게임업계가 겪었던 실적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