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언론인 살해사건 놓고 갈등 지난해 美의 석유증산 요청 거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우방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가 1945년 양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이래 가장 냉랭하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갈등의 도화선은 2018년 터키에서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이다. 이 사건의 배후로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가 지목된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고려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조 바이든 정부는 무함마드 왕세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특히 지난해 9월 사우디를 찾은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 문제를 거론하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고함을 지르며 “석유 생산을 늘려 달라는 당신네 요청은 잊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사우디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석유 증산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지도자를 멀리하면 (미국에) 손해일 것이다. 미국 국익을 생각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렸다”고 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