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철근 45%, 시멘트 21% 올라… 골조업체들 재정 악화로 계약 포기 1, 2월 주택착공 작년보다 37% 줄어… 건축비 오르면 분양가 인상 불가피 “공사비 올려 달라” 하청업체 파업… 200개 현장 멈췄다 하루만에 봉합 오늘 공사 재개하지만 불씨 여전
20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이 납품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됐다. 호남·제주지역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52개 업체가 이날 일제히 파업에 나서면서 전국 200곳의 현장이 멈춰 섰다. 공사 중단으로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충청도에 위치한 중견 건설사 A사의 공사 현장. 900채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이곳 현장소장 이모 씨(55)는 출근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골조 공사를 하는 하도급 업체가 재정 악화로 계약 포기를 선언하며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하도급 업체와 다시 계약해야 하는데, 마땅한 업체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 씨는 “자재값 급등으로 선뜻 공사에 나서는 하도급 업체가 없다”며 “공사 지연으로 준공 날짜를 못 맞출 것 같다”고 했다.
철근과 레미콘, 시멘트, 골재 등 건설 자재값이 치솟으며 전국 건설 현장에서 줄줄이 공사가 중단되고 착공도 지연되고 있다. 올해 주택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급감하는 등 주택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재값 인상이 건축비에 반영될 경우 아파트 분양가까지 함께 뛸 것으로 보인다.
전국 20개 건설 현장에서 골조공사를 하고 있는 A건설사 임원 김모 씨(59)는 “자재값이 올라 현장 운영도 힘든데 이달 직원 100명분 월급까지 밀렸다”며 “공사를 할수록 적자가 쌓여 올해 누적 적자만 25억 원이다. 파업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재값 상승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분양가는 토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으로 구성된다. 건축비는 국토교통부가 6개월마다 발표하는 기본형 건축비가 기준이 된다. 이미 국토부는 3월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m²당 178만2000원에서 182만9000원으로 올린 상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자재값이 오르면 기본형 건축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60% 이상 지은 뒤 분양하는 후분양 단지들은 상승한 기본형 건축비가 공사비에 반영돼 분양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