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전 솔로포, 통산타율 0.339
‘타격 천재’ 장효조 0.331 넘어… 데뷔 5년 만에 역대 1위 올라서
“어릴 때부터 스윙 비슷하다 들어… 대선배 기록에 흠 안 되게 최선”
프로야구 데뷔 5년 만에 ‘타격의 달인’ 장효조(1956∼2011·사진)를 밀어내고 통산 타율 1위로 올라선 ‘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가 20일 인천에서 열린 SSG와의 방문경기 1회초 첫 타석에서 시즌 3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이정후가 홈런을 빼앗은 상대 투수는 2일 NC와의 경기에서 9이닝 동안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는 ‘비공인 퍼펙트’ 투구를 했던 윌머 폰트. 폰트가 올 시즌 허용한 첫 홈런이었다.
이정후는 전날 SSG와의 경기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타석에 섰다. 2017년 신인상 출신 이정후의 프로 3000번째 타석이었다. 3000타석을 채우면 통산 타율 순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 타석에서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0.340(2653타수 901안타)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3000번 이상 타석에 선 타자 173명 가운데 어느 한순간이라도 이보다 통산 타율이 높았던 선수는 아무도 없다. 결국 통산 타율 0.339로 이날 경기를 마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전까지는 장효조가 남긴 0.336이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단, 은퇴 시점에 장효조의 통산 타율은 0.331로 내려왔고 이 기록이 역대 타율 1위로 남아 있었다. 20일 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해 통산 2657타수 902안타가 된 이정후는 타율 0.339를 유지했다.
장효조는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였던 1983년 프로 무대에 데뷔해 바로 타격왕(타율 0.369)에 올랐다. 프로 원년(1982년) 타율 0.412로 타율 1위에 올랐던 백인천은 1983년 타율 0.190에 그치면서 통산 타율이 0.340으로 깎인 상태였다. 이후에도 장효조는 1992년 통산 3632타석으로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통산 타율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장효조의 통산 타석이 늘어날 때마다 통산 타율 ‘기준 타석’이 늘어날 정도였다.
이정후의 아버지이자 ‘바람의 아들’인 이종범 현 LG 코치(52)와 ‘양신’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53)이 각각 0.332로 통산 타율 1위 자리에 잠시 머문 적은 있었다. 그러나 장효조의 최고 기록인 0.336을 넘어선 건 이정후가 처음이다. 지난해 타율 0.360으로 개인 첫 타격왕 타이틀을 따낸 이정후는 “어릴 때부터 장효조 선배님과 스윙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선배님 기록에 제가 흠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