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이날 처음으로 45분가량 전화 통화했다. 오스틴 장관이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15개월 만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미중은 전화통화 당사자들의 서열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오스틴 장관과 전화 통화 대상으로 웨이펑허 부장 대신 서열이 더 높은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을 희망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해 왔다. 결국 미국이 중국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이번 통화가 이뤄졌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국방부장. AP뉴시스
전화통화에서 드러난 양측의 입장차는 군사적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대만 쯔유시보는 20일 중국군 훙(轟·H)-6 폭격기 2대, 젠(殲·J)-16 전투기 7대, 윈(運·Y)-8 전자전기 1대, 쿵징(空警·KJ)-500 조기경보기 1대 등 1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과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대만 ADIZ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만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응수했다. 대만 롄허보 등에 따르면 20일 대만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은 대만 남쪽 해상으로 미사일 2기를 시험 발사했다. 일부에서는 이 미사일이 최대 사거리 1200㎞인 슝성(雄昇) 미사일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시 주석과 중국 관영매체도 미국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21일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과 충돌하고 싶지 않다면 군사 도발을 멈추고 중국 땅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추시보는 “갈등을 일으키고 위기를 조성한 것은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적극적인 행동으로 중국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군함과 군용기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활동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군사 교류를 늘리는 것, 미국 정치인들의 대만 방문 등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 주석은 아시아의 협력과 단결을 강조하면서 “제로섬 게임 대신 대화와 협력, 봉쇄와 배척 대신 개방과 포용, 유아독존 대신 교류와 상호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 아시아가 응당 가져야 할 포부와 기개”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