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사적 공간에서 상호 합의로 이뤄진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를 군형법으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군형법 92조의6에 따라 기소된 남성 군 간부 A 씨와 B 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2016년 9월과 12월 근무시간 외에 영외의 B 씨 독신자 숙소에서 상호 합의로 성관계를 맺었고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또 다른 남성 군인과 6회에 걸쳐 관계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A 씨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B 씨에게는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심은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두고 배석해 있다. 2022.4.21/뉴스1
이어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추행)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른 성행위를 한 경우처럼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두 보호법익 중 어떤 것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대의견을 낸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된다”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판결은 ‘남성 군인 사이의 성행위는 그 자체로 군형법상 추행죄가 된다’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종래의 판례를 뒤집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