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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스타트업 in 홍릉] 벨베리온 “팬데믹, 살바이러스 방역복으로 대응해야”

입력 | 2022-04-21 16:16:00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를 휩쓸며 큰 피해를 입혔다. 최근에는 기세가 약해졌지만, 안심하면 안된다. 바이러스는 언제든 다시 창궐할 수 있다. 이를 막으려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진들은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의료진들은 최전방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맞서 싸운 영웅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보호 장비를 충분히 지급받지 못했다. 특히 가장 기본이어야 할, 바이러스로부터 의료진을 지키고 감염을 막아줄 장비인 ‘방역복’이 그랬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질병관리청이 구입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복은 주로 ‘레벨 D 보호복’이었다. 미국 직업안전건강관리청에 따르면 레벨 D 보호복은 ‘최소한의 피부 보호만 가능’하다. 의료 현장에서는 ‘보호복’이 아니라 바이러스를 막는 ‘방호복’, 나아가 바이러스를 제거해서 전파 감염을 막는 ‘방역복’이 있어야 한다.

김석현 벨베리온 대표. 출처 = 벨베리온


우리나라에는 방호복의 성능 검증 기준은 있지만, 방역복의 성능 검증 기준은 없다. 방호복과 방역복은 엄연히 다르다. 방호복의 목적은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이 경우 방호복 겉에 묻은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 자칫 전파 감염을 일으킨다. 그래서 방역복은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제거’해야 한다. 서울 홍릉 강소연구특구에 입주한 바이오 스타트업 ‘벨베리온’의 주장이다.

김석현 대표와 김영권 CTO는 2021년 2월 벨베리온을 세우고 같은 해 7월, 서울의 의료·바이오 클러스터인 서울홍릉강소특구에 입주했다. 이들은 바이러스 제거, 열 접합과 와류 발생 등 방역복을 만들 때 필요한 기술 특허를 차근차근 준비해 2021년 12월 출원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비롯한 관계 기관으로부터 여러 인증도 받았다.

김영권 CTO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역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보호복은 바이러스로부터 의료진을 완벽히 보호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주로 입는 방호복은 두껍고 무거우며, 공기가 통하지 않아 입고 있으면 덥고 불편하다. 1회용인데다가 가격도 비싸다. 전파 감염도 막지 못한다.

화학물질보호용 보호복. 출처 = 벨베리온


김영권 CTO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방호복을 사는 데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쓴다고 한다. 방호복은 해외 제조사가 만드므로 전량을 수입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만일 해외 제조사가 방호복을 팔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나라 의료진은 방호복 없이 보호복만 입고 속수무책으로 위험한 진료 환경에서 일 해야 한다.

벨베리온이 주장하는 방역복의 원리와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은 플라즈마를 활용한 ‘바이러스 불활화(不活化,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을 없애는 일)’다. 플라즈마는 공기 중 수분을 분해해 이온으로 만든다. 따라서 플라즈마를 쓰면 바이러스의 주요 구성 물질인 수분을 분해, 태워서 없앤다. 실제로 고급 공기 청정기는 바이러스를 플라즈마로 제거한다.

플라즈마로 바이러스를 없애려면 몇 가지 해결할 문제가 있다. 먼저 수분이다. 사막처럼 공기 중에 수분이 없거나 모자란 환경에서는 이 기술을 쓸 수 없다. 플라즈마로 바이러스를 없앨 때 생기는 유해 물질, 오존 처리도 문제다. 벨베리온은 사람이 흘리는 땀 속의 질소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기 중의 질소로 양이온을, 땀 속 수분의 질소로 음이온을 만들어 바이러스를 없애면 오존 발생량도 허용 기준치 이하로 줄어든다.

벨베리온의 방역복. 출처 = 벨베리온


여기에 ‘풀무’ 효과를 더해 바이러스 불활화를 촉진한다. 풀무질을 하면 불길이 더욱 거세지듯 바이러스를 플라즈마 기구로 몰아넣어 불활화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원리는 방역복 안에 음압과 양압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바이러스가 음압 쪽으로 모인다. 벨베리온은 이미 방역복 내외에 음압과 양압 환경을 만들 열 접합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나아가 벨베리온은 방역복에 바이러스 ‘포집’ 기술도 넣는다. 잠자리는 날개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공중을 오랫동안 난다. 비결은 ‘와류’다. 풀무에 와류 구조를 더하면, 방역복 내외부 공기 흐름을 조절해 바이러스를 플라즈마 기구로 유도해서 태워 없애기 쉬워진다. 와류 기술 역시 KIST로부터 특허로 인정 받았다.

김영권 CTO는 이 기술들을 합쳐 바이러스를 없애는 방역복을 만들고,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 이론을 검증했다. 결과는 ‘10분 이내에 바이러스 98.6% 제거’로 나왔다. 10분이 중요하다. 시간이 그보다 오래 걸리면, 그 사이 바이러스는 소멸되거나 전파 감염된다. 남은 바이러스 1.4%도 증식하지 못하므로 실제로는 100%에 가까운 결과다.

벨베리온 방역복의 스팟점 코르게이트 원단 구조. 출처 = 벨베리온


이렇게 만든 방역복은 바이러스를 없앨 뿐 아니라, 기존의 방호복보다 작고 가볍다. 바람이 잘 통하니 입고 일 하기 편하다. 바이러스라면 모두 태워 없애므로 범용으로 쓰기 알맞고, 가격도 기존 방호복보다 10%쯤 싸다. 무엇보다, 생산과 관리를 모두 우리나라에서 하므로 앞으로 또 다른 팬데믹이 와도 의료진에게 유연하게 방역복을 제공한다.

하지만, 벨베리온은 지금 큰 난관에 가로막혔다. 규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방역복의 성능을 검증하는 기준이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로부터의 보호 성능이 낮은 보호복이나, 화학물질을 다룰 때 쓰는 방호복을 방역복으로 쓴다. 방역복을 만들고 성능을 검증하고 시장에 내놓으려 해도 기준이 없으니 불가능하다.

김영권 CT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교훈 삼아, 정부가 방역복의 성능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앞으로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해도 바로 대응 가능하다. 지금처럼 바이러스를 막기만 할 뿐, 없애지 못하는 방호복을 쓰면 전파 감염 가능성이 생긴다.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며 환자까지 돌보는 의료진들의 감염과 전파 감염을 막고, 더 쾌적한 환경에서 의술을 펴도록 돕는 방역복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벨베리온의 풀무, 와류 기술을 적용한 방역복 원단. 출처 = 벨베리온


벨베리온은 서울홍릉강소특구와 함께 지금의 규제를 고치고, 방역복의 새 성능 기준을 만들려 한다. 제품 실증을 마친 후 서울시의 의료 방역 실증 사업에 참여해 방역복의 성능과 효과를 입증하고 개선할 예정이다. 프리 팁스를 시작으로 투자를 유치해 대량 기계 설비도 구축할 예정이다.

김영권 CTO는 “이미 가진 특허를 토대로 금형 제작, 통기성 연구 등 서울홍릉강소특구의 지원을 받아 방역복 제작 기술을 고도화했다. 안전성평가원의 바이오 아이콘 기업으로도 꼽혔다. 서울시 실증 사업에서 방역복의 효능을 증명하고,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규제 개혁과 기업 성장을 함께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