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4월 강행 처리를 위해 ‘위장 탈당’이란 꼼수까지 동원하자 역풍이 거세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국민 시선이 두렵다” “국회의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나”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다” 등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당이 혼돈에 빠졌지만 일단 원내 지도부는 이제 와 물러설 수 없다며 이판사판인 듯한 태도다.
민주당의 무리수는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의당을 끌어들이려다 여의치 않자 보좌진의 성범죄 의혹으로 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사보임(辭補任)했다. 복당 얘기도 있었지만 양 의원이 “정치를 안 하더라도 국익과 양심에 따르겠다”며 소신을 지키자 민 의원을 탈당시켜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는 노골적인 편법에 나선 것이다.
안건조정위는 꼭 10년 전인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 당시 도입됐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장치다. 최장 활동기간은 90일이지만 3분의 2(4명) 이상 찬성하면 곧바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입법 취지 자체가 충분한 ‘숙의(熟議)’를 거치라는 것이다. 소속 의원을 무소속으로 만들어 안건조정위원 4명을 확보한 뒤 일이 끝나면 복당시키겠다는 민주당의 꼼수는 국회선진화가 아닌 후진화의 결정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1년 만에 위헌 논란이 큰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는 각계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민주당엔 마이동풍이다. 이제라도 이성을 찾고 여야 및 검찰 등과의 협의에 착수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위성’ 비례정당 파동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꼼수 탈당 속편까지 등장하니 말 그대로 경악할 지경이다. 더 이상 국회가 조롱거리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