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쇠고기 수출국 호주에서 소는 외화를 벌어주는 소중한 동물이지만 한때는 골칫거리이기도 했다. 엄청난 양의 소 배설물이 고스란히 땅에 쌓여 굳으면서 매년 서울 면적의 3배가 넘는 초지가 쓸모없는 땅으로 변해갔다. 소는 18세기 말 남아프리카에서 호주로 들어온 외래종이어서 호주에는 소의 배설물을 분해할 수 있는 곤충이 없었기 때문. 과학자들이 연구 끝에 쇠똥구리를 대량으로 풀어놓으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
▷사람들은 흔히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곤충학자들은 ‘지구는 곤충의 행성’이라고 부른다. 곤충은 지구에 존재한 지가 4억 년이 넘었고 알려진 종류만 100만 종가량에 이른다. 곤충을 ‘벌레’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식물의 80% 이상이 곤충의 수분(受粉) 활동 덕분에 열매를 맺는다. 쓰레기를 분해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것도 곤충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곤충의 숫자가 최근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고강도 농업으로 서식지가 줄고, 급격한 기후변화가 일어난 지역에서는 최근 20년 새 곤충 개체 수가 49% 감소했다. 곤충 종류 가운데 40%가량은 개체 수가 줄고 있고, 이 중 3분의 1은 멸종위기라는 연구도 있다. 곤충의 감소가 지구에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뜻에서 곤충과 아마겟돈을 합성한 곤충겟돈(Insectageddon)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곤충 연구자들은 ‘걱정된다’는 표현 대신 ‘공포스럽다’고 말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해충인 모기도 새와 민물고기에게는 소중한 먹이가 되듯이 생태계에선 모든 곤충이 꼭 필요한 존재다. 노르웨이 곤충학자 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은 책 ‘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에서 “곤충은 이 세계가 돌아가게 해주는 자연의 작은 톱니바퀴”라고 했다. 그 톱니바퀴가 빠지면 생태계가 흔들리고, 인간의 삶도 위협받게 된다. 곤충 감소가 인류에 보내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