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연구팀, 깃털 흔적 발견
익룡의 볏 밑에서 새의 깃털처럼 갈래가 있는 파란색의 털과 머리카락처럼 짧고 빳빳한 외가닥의 털이 발견됐다. 아일랜드 코크대 제공
백악기까지 하늘의 지배자였던 익룡(翼龍)이 붉은색과 파란색의 깃털을 갖고 있었다는 증거가 나왔다. 비행을 위한 것은 아니고 체온 조절이나 의사소통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의 오랜 논란이던 익룡의 깃털 존재 유무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리아 맥너마라 아일랜드 코크대 고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브라질 북동부 아라리피 분지에서 찾아낸 익룡의 두개골 화석에서 깃털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1일 공개했다.
익룡은 약 2억30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 공룡과 함께 살아온 척추동물로 ‘피크노파이버’라는 머리카락처럼 생긴 털이 몸체를 덮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털은 공룡이나 새가 가진 깃털과는 형태가 달라 깃털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정설이었다.
코크대 연구팀이 찾은 익룡 두개골 화석은 약 1억1300만 년 전에 살았던 ‘투판닥틸루스 임페라토르’라는 익룡 종의 것이다. 몸길이가 약 6m, 무게 10kg인 이 익룡은 머리 크기의 5배에 이르는 거대한 볏이 특징이다. 이 볏 아랫부분에서 짧고 빳빳한 머리카락 같은 깃털과 현존하는 새에서 발견되는 가지처럼 갈라진 옅고 부드러운 깃털의 흔적이 발견됐다.
전자현미경으로 두 깃털을 분석했더니 서로 다른 형태의 멜라노좀도 발견됐다. 멜라노좀은 색소를 만들어내는 세포 소기관으로 특정 색깔마다 형태가 달라 색깔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다. 연구팀은 “익룡 깃털이 여러 색을 가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맥너마라 교수는 “익룡 화석에서 발견된 특징은 새의 조상이 포함된 수각류 공룡이나 현존하는 새에게서만 발견되는 특성”이라며 “깃털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