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CD 부활과 함께 다시 활기 萬人생필품서 힙스터 수집템 부활, 한정 수량 발매로 소장가치도 높아 희귀템 ‘오픈런’ 젊은층에게 인기… 국내 히트곡, 해외제작 역수입도 시티팝 열풍, LP시장 견인 한몫… “‘7080 가요 베스트’도 LP로 제작”
서울 종로구의 중고 음반점 풍경. 윤수일과 솜사탕 등 오리지널로 구하기 힘든 옛 노래를 모은 음반도 최근 컴필레이션 음반의 인기를 이끈다. 동아일보DB
20세기 소년소녀들은 기억하고 있다. 책가방 속 워크맨에 하나씩 꽂혀 있던 ‘나우’와 ‘맥스’ 앨범의 시대를….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백스트리트 보이스가 한 장의 CD 안에 공존하던 그 격동의 시절을….
각각 음반사 유니버설뮤직, BMG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던 이 음반 시리즈는 컴필레이션 앨범이라 불리던 히트곡 모음집이었다. CD 기준 1만 원 넘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음반 차트 1위까지 휩쓸었다.
‘나우’와 ‘맥스’의 나날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2000년대, MP3와 파일 공유 사이트,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음악 소비와 유통 방식이 혁명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음악을 곡 단위로 무한히 듣고 재생 목록을 제 맘대로 편집하며 최신 인기곡은 ‘톱 100 차트’ 전체 재생 버튼 하나로 맘껏 감상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카누를 타고 파라다이스에 갈 때’(박혜경), ‘ALONE’(박완규)…. 가수 이름은 익숙하나 제목이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만화 팬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 곡을 모은 최근 컴필레이션 ‘패닉버튼 리이슈’는 1990∼2000년대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모아 투명 청록색 LP에 담은 음반. 서브컬처 매거진 ‘돈패닉서울’이 2020년 내놓기 시작한 ‘패닉버튼’ LP 시리즈 가운데는 1990년대 국내 인기 R&B 트리오 ‘에코’의 베스트 앨범도 있다. 감각적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표지를 맡기고 판은 컬러로 제작하며 한정 수량 발매하는 식으로 소장 가치를 높이는데 이른바 희귀템이라면 ‘오픈런’도 불사하는 젊은층들에게 인기가 많다.
몇 년 전부터 LP 시장을 견인한 시티팝 열풍도 거든다. ‘Pacific Breeze: Japanese City Pop, AOR & Boogie 1976-1986’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은 일본의 7080 음악을 모아 미국 음반사 ‘라이트 인 디 애틱’에서 기획했는데 일본과 한국에서도 나올 때마다 동난다.
힙스터 문화만 컴필레이션의 심폐를 소생한 것은 아니다.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는 “LP 부활 분위기에 턴테이블부터 장만했는데 컬렉션은 전무한 초심자들이 ‘당장 턴테이블에 걸어 재생해볼, 좋은 곡만 모은 음반’을 찾는 경우가 꽤 많다”면서 “이런 분위기를 타고 ‘7080 가요 베스트’형 음반도 LP로 최근 기획·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나우 100집’, ‘7080 오리지널 베스트 3집’, 인디 음악 모음집 ‘무선지 컴필레이션 바이닐 Vol. 1: Vanishing Air’, 미국 음악 집단 88라이징의 ‘Head in the Clouds’ 앨범 표지. 동아일보DB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