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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구의 날…‘유쾌한 경각심’ 장착하고 행동하려면 [강은지의 반짝반짝 우리별]

입력 | 2022-04-22 11:00:00

|초대형 산불, 꿀벌 실종으로 우울한 ‘지구의 날’
|<기후변화 그림일기> 은꼼지 작가 인터뷰
|기후변화, 우리 의식주 전반에 영향…“행동해야”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봄꽃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 고온 현상으로 봄꽃이 피는 시기가 바뀌거나 꽃이 줄어드는 현상을 지적했다. <기후변화 그림일기> 은꼼지 작가


22일은 52번째 ‘지구의 날’입니다. 원래는 미국에서 시작된 민간 운동인데,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제적으로 기리는 날이 됐죠. 이렇게 지구를 생각하는 날을 만든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올해 지구의 날을 앞두고는 우울한 소식이 많습니다. 봄의 초입부터 역대 가장 넓은 면적을 태운 산불에,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꿀벌들… 모두 기후위기가 진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언급되던 것들인데 이제는 실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현실이 된 기후위기가 도대체 어떤 건지, 이를 막으려면 뭘 하면 되는 건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렇지만 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는 어렵다는 분들께 웹툰 <기후변화 그림일기>를 소개합니다. 은꼼지(필명) 웹툰작가가 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협업해 1월부터 3월까지 네이버에서 선보인 웹툰입니다.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돼 있어 보기에 부담이 없고, 8회 분량으로 내용도 길지 않으니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은꼼지 작가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 도 나눠봤습니다.

기후 변화로 생물다양성이 줄어들 때의 위험성을 그린 에피소드. 꿀벌이 멸종하면 작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인 우리나라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네이버웹툰 <기후변화 그림일기> 은꼼지 작가



우선, 은꼼지 작가가 보내온 자기소개를 보시죠. 작가는 얼굴 사진 대신 일러스트를 보내왔습니다.

“2020년 3월부터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30대 초반 엄마입니다. 아주 어릴 적 불법 방류된 폐수로 인해 할머니댁 근처 개울이 오염된 것을 본 뒤로 환경 파괴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은꼼지 작가가 얼굴 공개 대신 선택한 일러스트. 은꼼지 작가 제공

웹툰은 위 일러스트에 나온 환경 수달과 환경 베이비, 환경 타이거가 우리 일상 속에 불쑥불쑥 나타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 과대 포장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안전 문제, 생물 다양성 파괴로 인한 식량 안보 문제 등 환경 문제를 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기후변화로 지구 온도가 높아져 우리 삶이 위험하다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 점이 매력입니다. 적절하게 재미있는 요소를 섞어 중심을 잡았습니다. 예를 들면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우리 식생활에 꼭 필요한 김치가 ‘금치’가 될 수 있다거나, 영혼을 끌어 모아 마련한 내 집이 높아진 해수면에 잠길 수도 있다는 식으로요.

이렇게 현실에 콕콕 닿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다보니 댓글에는 ‘유쾌하게 경각심을 준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유쾌한 경각심’은 웹툰에서 의도했던 부분인데,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 (기후변화) 사실만을 그리면 두려움을 느끼거나 흥미를 잃으실 것 같았고, 너무 웃기기만 하면 그냥 ‘하하하 재밌네’하고 지나칠 것 같았어요. 어떻게 중심을 잡을지 고민하다 문득 즐겁게 해 주면 뭐든 기꺼이 해내는 저희 아이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만화가 끝난 뒤에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행동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21세기 후반 고랭지 배추 재배가 어려워지면 배추김치가 ‘금치’가 되고, 생일 선물로 ‘금치’를 구해다 주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후변화 그림일기> 은꼼지 작가

  마음을 울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핫바 모양의 모형을 진짜 음식인 줄 알고 먹다 앞니가 부러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먹이인 줄 알고 비닐과 담배꽁초 등을 먹다 죽어가는 바다 생물들의 실상을 알리는 식입니다. 해파리인 줄 알고 비닐봉투를 먹은 거북이가 바닷가에 힘없이 누워있는데, 그 옆에 그려진 쓰레기가 즐비한 백사장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작가 역시 바다 생물들을 그린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담배꽁초를 아기새에게 먹이는 어미새 사진을 봤어요. 그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는데, 그림으로 그릴 때도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해로운 줄도 모르고 담배꽁초를 물어다 먹인 어미새도 가엽고, 천진난만하게 그것을 받아먹는 새끼도 안타까웠어요.”

먹이인 줄 알고 담배꽁초를 아기새에게 건네는 어미새의 모습. 작가는 음식 모형을 먹다 이가 상하고 배탈이 난 인간의 마음과 쓰레기를 먹은 바다 생물의 마음이 다르냐고 웹툰을 통해 묻는다. <기후변화 그림일기> 은꼼지 작가

  작가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로 불리는, 한국인의 신속함이 기후변화 대응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 재난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서 행동했던 우리임을 상기시킵니다. 누구든 따지지 말고 지금 나부터,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기업과 사회가 모두 변할 것이라는 것이지요.

“한국인은 위기를 맞이했을 때 극복에 성공할 것인가 혹은 그렇지 못할 것인가 결말부터 재고 따지지 않았잖아요. 그냥 위기를 극복 할 때까지 함께 뭉쳐 행동할 뿐이었어요. 저도 한국인이지만 그러한 국민성이 참 신기하고 자랑스러워요. 믿음은 그 자체로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전 반드시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행동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당장 사무실에서 쓰던 플라스틱 일회용컵을 치우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나아가서는 소비자로서 기업에 포장재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 유권자로서 정치권에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기를 촉구하는 것 등도 가능합니다.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변화는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작가 역시 웹툰 작업을 마무리하고 난 뒤 새로 생긴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소비 안 하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살면서 소비를 아예 안 할 수 없겠지만, 꼭 필요 한 소비인지 아닌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잖아요.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면 단순 취향, 기호, 선호에 따른 소비는 안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날을 맞아 다양한 캠페인과 메시지가 쏟아지는 오늘입니다. 꼭 이 웹툰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콘텐츠 하나쯤은 챙겨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앞서 얘기했듯,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이제 우리 삶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