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등과도 친서를 주고받았던 김 위원장이 친서 외교를 재개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22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았다고 발표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 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북남 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하시면서 호상 북과 남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하셨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친서 교환을 통해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과시하는 한편 호전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관계 회복을 논했고 이는 통신 연락선 복원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김 위원장은 그간 이른바 친서 외교를 통해 타국 지도자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국제 사회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등 존재감을 부각해왔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주석 등에게 친서를 보내왔다.
2020년 10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확진되자 김 위원장은 위로 전문을 보내 “나는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당신과 영부인께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개막과 폐막 때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친서를 보내 축하했다. 이를 놓고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살피며 대미·대남 도발 재개 여부를 놓고 저울질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4년4개월 만에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은 북중 정상 간의 구두 친서 또는 축전 교환 등을 통해 북중 우호 관계를 대내외에 의도적으로 과시했다”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함으로써 양 정상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북미 협상을 성공시키려 했으나 북미 간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결국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은 노딜로 귀결됐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이후에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함으로써 북미 관계를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대내외에 공개함으로써 대미 영향력을 과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수시로 공개함으로써 그가 북한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 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