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러시아 군 장갑차. © 뉴스1
아울러 우크라이나 남부 장악 시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사이에 있는 ‘트리니스트리아 몰도바 공화국’으로 가는 진입로 확보가 가능하다고 언급, 다음 목표가 몰도바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과 인테르팍스, 영국 로이터 보도를 종합하면 러시아군 중부 군사지구(CVO) 부사령관 루스탐 미네카예프는 22일 방위산업 연합 연례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8일 “러시아군의 돈바스 총공세가 시작됐다”며 전쟁이 2차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을 제기했는데, 러시아군은 그 시점을 지난 20일로 본 것이다.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로 건설 계획도 밝혔다.
지난 12일 기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내 장악 지역. © 뉴스1=AFP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의 최대 공업지역이다. 흑해와 아조우해를 낀 남부를 통해 물류도 원활히 이뤄진다.
미네카예프 부사령관 역시 이 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동남부를 장악하고 크림반도와의 육로를 이으면 농업 및 야금 제품이 배송되는 흑해 항구와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시설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다고도 과시했다.
미네카예프 부사령관은 “러시아 군대는 공격 중 손실을 입지 않는다”며 “이것이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가장 많이 죽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육해공상 모두 러시아군의 기술적 우위가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동남북부에서 진격해 수도 키이우를 노리던 러시아군은 전황이 녹록지 않자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측과의 평화협상에서 키이우 등 북부 군을 퇴각하고 동남부에 화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계 주민이 많아 ‘노어 통용 지역’으로 분류되는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직전 밝힌 이번 전쟁 명분이기도 하다. 푸틴은 돈바스에서 러시아계에 대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돈바스에 더해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기 병합한 크림반도를 내륙과 연결하는 육로 건설에 매진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돼왔다. 도네츠크주 최남단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인근 멜리토폴 등이 개전 이래 러군의 집중 공격을 받은 이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돈바스 등 일부 영토를 넘겨주더라도 러시아가 침공을 멈춘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휴전을 위해 돈바스 포기를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영토의 한 점(every metre)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싸울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다음 목표는 몰도바?
이날 미네카예프 부사령관의 언급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우크라이나 남부 장악시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또 다른 진입로를 확보하게 된다”고 한 점이다.
미승인 독립국 지위를 가진 트리니스트리아의 공식 명칭은 트리니스트리아 몰도바 공화국이다. 러시아계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독립도 러시아가 지원했다.
미네카예프 부사령관은 “트란스니스트리아에도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에 대한 억압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에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러시아어 사용인구 탄압을 구실로 들었는데, 기시감이 드는 대목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분명히 위대한 애국 전쟁을 하고 있으며 전 세계와 싸우고 있다”면서 “유럽과 전 세계가 우리를 적대시했고 이제 그들은 러시아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전선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