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신약 개발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 세포내 ‘에너지공장’ 미토콘드리아, 정상인 줄기세포서 추출-배양한 후 환자에 투여하는 치료법 최근 관심… 파이안, 다발성근염 치료제 개발중 작년 첫 상업임상 승인돼 투약 돌입… 임상시험용 약품 생산시설도 구축
한규범 대표이사(오른쪽)가 새로 주입한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에 자리를 잘 잡았는지를 관찰하며 연구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 제공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 세포 내에 있는 작은 기관이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ATP)를 생성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다양한 장기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1만 명 중에 1명 정도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뇌, 신경 및 근육 계통의 이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하고, 호흡이 불안해지는 증상이 특징적이다. 진단이 쉽지 않아 제대로 병명을 알지 못하는 상태로 지내는 경우도 많다. 이 밖에도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영향을 끼치는 질병은 많다. 예컨대 당뇨나 난청 환자 중에서도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주요 원인인 경우가 있을 정도다.
최근 미토콘드리아 질환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희귀질환과 만성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그런 것들이다. 2019년 엄마의 미토콘드리아를 환자의 혈액줄기세포에 넣어 피어슨증후군(빈혈과 췌장 분비 기능 이상 등을 보이는 다발적 전신 이상증) 치료에 이용한 이스라엘의 ‘미노비아 테라퓨틱스사’와 2018년 환자 조직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심장 손상 부위에 주입해 허혈성 심장질환을 치료한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등이 있다.
○ ‘PN-101’ 국내 여러병원서 임상 시작
서울 중구에 있는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대표이사 한규범)는 탯줄 유래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로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사람의 탯줄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배양 증식한 뒤 여기에서 미토콘드리아만 분리해 내어 환자에게 정맥 투여하는 방식이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파이프라인은 자가면역성 희귀질환인 다발성근염·피부근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PN-101’이다.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은영 교수 팀과 3년간 공동 개발한 뒤 작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1/2a)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는 사람 줄기세포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임상에서 사용하는 세계 첫 상업 임상이다. 최근 첫 대상자 투약이 이루어졌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다기관 임상으로 시험 계획이 변경 승인돼 한양대병원(류마티스내과 유대현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류마티스내과 김현숙 교수)에서도 임상이 진행될 예정이다.다발성근염·피부근염은 정확한 발병 기전 및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질환으로 염증성 근육병증에 속한다. 다발성근염은 목과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 등의 근육이 염증반응으로 약화되는 질병이다. 의자에서 일어나거나 계단을 올라가는 동작, 머리를 빗는 동작 등이 어렵게 된다. 피부근염은 근력 저하에 앞서 매우 특징적인 피부 발진이 먼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어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파이안바이오는 본격적인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임상시험을 위해 자체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향후 다른 미토콘드리아 관련 난치성 질환으로도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줄기세포 연구하다 미토콘드리아로 관심
줄기세포가 자신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손상된 다른 세포에 전달해 대사 기능을 복구시킨다는 내용의 논문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마치 환자에게 수혈을 해 주듯이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미토콘드리아를 넘겨주는 것이다.
한 대표는 2013년 10월 파이안바이오를 설립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한 대표는 서울대를 나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LG생명과학 책임연구원, 차바이오텍 바이오개발본부장 사장 등을 지냈다. 한 대표를 포함해 총 24명의 파이안바이오 임직원은 박사 5명, 석사 12명, 학사 7명이다. 상임고문인 이홍규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미토콘드리아학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파이안바이오는 동물실험에서 분리된 미토콘드리아를 혈관에 주입했을 때 형광단백질이 부착된 미토콘드리아가 모든 장기 부위에서 발견됐고, 세포 안으로도 들어가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손상된 부위로는 더 많은 미토콘드리아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찰하기도 했다. 또 이식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히고 논문으로도 발표했다.
○하나벤처스 등서 현재까지 120억 투자
더 나아가 암세포만 사멸시키는 변형된 미토콘드리아도 만들 계획이다. 세포 내로 잘 들어가는 미토콘드리아의 특성을 활용해 미토콘드리아 표면에 특정 암을 찾아가는 항체를 부착시키고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를 함유하게 한 변형된 미토콘드리아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혈소판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를 첨가한 장기(臟器) 보존액도 개발 중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첨가된 보존액이 세포 사멸을 억제해 장기 기능 보존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특허 출원 중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