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여야 합의 반발 檢지휘부 총사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시한부 박탈’로 바꾼 것뿐이다.”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했다는 소식을 들은 한 검찰 간부는 중재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동의한 중재안에 대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선거·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즉시 없애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권력 수사를 원치 않는 정치인들이 ‘야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권력형 비리’ 수사 물 건너가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에 연루됐다는 의혹 역시 수사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 차장검사는 “이 고문은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 범죄에 해당하지만 (중재안 시행으로) 수사 동력을 잃은 검찰이 ‘윗선’을 밝혀내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직권남용 혐의가 의심될 경우 경찰에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고 했다.
○ “여야가 흥정하듯 졸속 합의”
검사가 경찰 송치 사건을 수사할 때 ‘범죄의 동일성, 단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만 보완할 수 있다는 중재안에 대해 배성훈 대검 형사1과장은 “보이스피싱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하다가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혐의를 알게 돼도 직접 수사하지 못하고 경찰에 요구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발생하는 선거범죄 사건에 대한 수사 공백 우려도 나온다. 최창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관기관 간담회 등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직접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어떤 자격으로 준비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검사는 “선거 범죄 공소시효는 6개월로 다른 범죄보다 짧다. 경찰이 5개월 수사했는데 미진한 상태로 검찰에 보내면 시간이 촉박해 무혐의 처분할 수밖에 없다”며 혀를 찼다.
김오수 검찰총장 등 검찰 지휘부가 중재안에 반발해 ‘일괄 사퇴’한 것에 대해서도 내부에선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검찰 내부망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실, 입법조사관실 문턱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국회를 드나들며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다 때려치우고 나가는 건 무슨 경우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검사도 “중재안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던 것은 아닌가. 무책임하게 사직하고 나가 버리면 안 된다”고 썼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