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경례’ 한국전 참전 영웅 웨버 대령 추모식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고(故) 윌리엄 웨버 미군 예비역 대령의 추도식이 2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각각 조전(弔電)을 보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웨버 대령은 9일 9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미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시 레스트헤이븐 추모공원에서 이날 열린 추도식에는 유족과 6·25전쟁 참전 용사,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황 처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하늘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며 대한민국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 주신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을 포함한 미국 참전 용사의 피와 눈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굳건히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 미군 공수부대 장교로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을 비롯한 많은 전투에 참여했다. 1951년 강원 원주에서 싸우다 오른쪽 팔다리를 모두 잃었다. 이후 미국에서 1년 넘게 수술과 치료를 받고 현역에 복귀한 뒤 1980년 전역했다.
퇴역 후에도 6·25전쟁 참상을 알리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활동에 매진했다. 1993년부터 한국전쟁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아 워싱턴 한국전쟁참전용사비와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 운동에 앞장섰다. 2015년 7월 정전(停戰)기념일에는 워싱턴 기념비 앞에서 6·25전쟁 미군 전사자 3만6574명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호명식을 주도했다. 이어 애국가가 연주되자 그가 힘겹게 왼손을 올려 경례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
웨버 대령은 생전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은 많은 국가와 국민을 돕기 위해 여러 전쟁에 참전해왔지만 우리에게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한 분들은 한국인”이라며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도 기꺼이 참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버 대령이 세상을 떠나기 4시간 전, 당시 미국을 방문한 윤 당선인 한미정책협의대표단 표세우 전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이 그를 찾아가 위로하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