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DB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의 올 1분기 순이익이 역대 처음 5조 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금융의 순이익이 8∼32% 급증했고 NH농협금융의 순이익만 소폭 줄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4번에 걸쳐 1%포인트 오르는 동안 은행들이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이자 장사’를 한 결과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지적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 금융권의 이자이익 규모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에 머물던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오면서 대출 재원이 많아진 상태에서 예대마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의 6개월 이하 정기예금은 1년 만에 55% 증가했고 올 들어 예대마진 폭은 두 달 만에 0.3%포인트 증가했다. 금융권의 대규모 이자이익은 은행의 영업력 때문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유리한 자금 흐름과 금리 결정 구조 덕분이었다.
은행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과 달리 가계는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영끌’과 ‘빚투’ 여파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작년 말 1862조 원에 이르렀다. 이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구당 연간 88만 원에 이르는 이자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 최대 실적으로 이미 성과급 잔치를 한 은행들이 또다시 이자수입 늘리기에 급급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는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