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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칼럼]취임식까지 보름, ‘서오남 인사’ 바로잡을 시간

입력 | 2022-04-25 03:00:00

尹, 낮은 지지율론 巨野 상대 어려워
지금까지 인사 失點 만회 위해선 ‘능력주의’에 다양성 보완하고
부적격 장관 후보, 과감하게 솎아내야



천광암 논설실장


한국갤럽이 지난주 발표한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에서 6.56%포인트가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보다도 2%포인트 낮은 수치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퇴임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율로 취임식을 맞은 대통령은 한 명도 없다. 퇴임 대통령의 마지막 3개월 지지율과 신임 대통령의 첫 3개월 지지율을 비교한 배수를 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8배, 문재인 대통령은 6.8배, 김영삼 전 대통령은 5.9배(*)였다.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도 1.8∼2.5배 수준이었다.

수시로 등락하는 지지율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172석 거대야당이라는 벽과 마주하고 있는 윤 당선인에게 낮은 지지율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의석수도 의석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검수완박’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당리당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도부가 장악하고 있는 당이다. 이런 야당을 움찔이라도 하게 만들려면, 국민의 지지를 업지 않으면 안 된다.

갤럽 조사에서 윤 당선인이 직무를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6%가 ‘인사’를 이유로 꼽았다. 윤 당선인의 ‘서오남(서울대·50대 이상·남자) 인사’가 국민들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고소영 인사’나, 박 전 대통령의 ‘성시경 인사’보다 결코 나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별반 다를 게 없다.

윤석열 1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평균재산은 38억8000만 원으로 박근혜 1기 내각의 2배 수준이다. 19명의 국무위원 후보자 중 ‘아빠찬스’ ‘엄마찬스’ ‘세금탈루’ ‘위장전입’ ‘사외이사 회전문’ 등 크고 작은 의혹이나 논란에 휩싸이지 않은 후보자는 한두 명뿐이다. 이런 인사들만으로 채워진 내각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쓸쓸하게 죽어가야 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까.

윤 당선인은 자신의 인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능력주의’를 든다. 하지만 성과를 절대적 가치로 삼는 민간 기업들조차도 이제는 다양성 존중이나 균형인사가 능력주의와 양립 불가능하다거나, 실적을 훼손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보완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사회의 구성이 다양한 기업의 실적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뛰어난 실적을 낸다’는 것이 맥킨지나 딜로이트 같은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놓은 실증분석 보고서의 내용이다.

능력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다양성이 아니다. 사사로운 정이나 관계에 이끌리는 정실(情實)주의나, 편한 사람만 골라 쓰는 페이버리티즘(favoritism)이다. 윤 당선인이 아무리 능력주의를 강조한들 40년 지기라는 점 외에는 달리 인선 배경을 설명하기 힘든 인물이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를 꿰차고, 당선인의 옆자리가 과거 검찰에서 편하게 부렸던 부하들로 채워진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은 최근 한 TV 예능에 출연해 “대통령은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는 글귀가 적힌 패를 임기 내내 책상 위에 놓아뒀던 이야기를 언급했다. 그러나 뭐에 한번 꽂히면 뒤도 안 보고 직진하는 스타일인 윤 당선인에게 약이 될 만한 트루먼의 어록은 따로 있는 것 같다. 트루먼 전 대통령은 1959년 컬럼비아대에서 한 강연에서 ‘효율적인 정부란 독재 정부밖에 없다’라고 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배운 것이 많은, 동질한 집단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말귀 밝은 오랜 측근들로 비서진을 짜면 ‘효율’이 높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트루먼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아직 막도 오르지 않았고, 각 부처 차관이나 비서진 인선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부적격 장관 후보자들을 솎아내고, 균형 잡힌 인선으로 지나친 능력주의 인사의 폐해를 바로잡을 기회가 윤 당선인에게는 남아 있다. 윤 당선인이 퇴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은 첫 신임 대통령이라는 멍에만은 지지 않기를 바란다. 취임식까지 남은 보름은 길다고 보면 얼마든지 긴 시간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두 번째 분기 수치와 비교.


천광암 논설실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