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네시州, 관련 법안 첫 통과 음주운전으로 아들 부부 잃은 여성 남은 손자 위해 17개州 돌며 호소 펜실베이니아 등 다른 州도 입법 추진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피해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이들의 양육비를 가해자에게 부담시키는 법률이 추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음주운전 피해자 자녀들의 이름을 딴 ‘이선·헤일리·벤틀리 법’이 테네시주 상원을 20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2월 주 하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해 빌 리 테네시 주지사의 서명만 거치면 발효된다. 의회와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주지사가 서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법안은 음주운전 가해자로 하여금 피해자의 자녀가 18세가 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인 액수는 해당 자녀의 평소 생활 수준 등에 맞춰 법원이 정하기로 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윌리엄스 씨는 많은 주에서 음주운전 범죄의 형량이 몇 년의 징역형에 그치고, 가해자가 가석방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음주운전 가해자에게 오랫동안 경제적 책임을 지워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윌리엄스 씨는 고아가 된 손자들을 돌보면서 미국 내 17개주를 다니며 피해자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가해자가 지급하도록 하는 입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결국 테네시주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이 법안을 상·하원에서 모두 통과시켰다. 윌리엄스 씨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남겨진 어린이들을 키울 의지가 있지만, 문제는 모든 사람이 재정적으로 안정돼 있지는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에 이름이 등장하는 이선과 헤일리 역시 테네시주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희생된 경찰관의 자녀들 이름이다. 38세였던 이 경찰관은 2019년 2월 야간에 맨홀 범람 여부를 조사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NYT에 따르면 테네시주 외에도 펜실베이니아, 앨라배마, 일리노이,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등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