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위험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스스로 만든 위험에서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세상이기도 하다.”―울리히 벡 ‘글로벌 위험사회’ 중
과거 사회적 위험은 방재기술이나 보건위생 등의 결핍으로 일어났다. 반면 현대의 위험은 보통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한 과잉으로 발생한다. 기후변화 등은 외부요인이 아닌 우리 스스로 만든 위험들이다. 문명으로 인해 오염된 지구는 이제 역으로 문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위험은 문명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성공해서 일어났기에 쉽게 벗어날 수 없다.
과학기술은 확실한 한편 불확실하고, 기존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다.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합리적 통제와 제도를 동원할수록 불확실성만 더욱 커질 뿐이다. 이 ‘불확실한 위험’은 불안을 키우는데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 정여울은 “우리의 위험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 내가 겪는 위험은 내게 주어진 최고의 축복이다”라고 했다. 상처의 틈새로 스며드는 세상의 진실이 우리를 단련시켜 더 강하게 아물게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전 지구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진실이 우리를 보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할 것이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