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광학
3세대 고해상도 위성(그린광학은 주경 1.2m 외 광학미러 제작 중).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는 일본계 광학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우리나라 반도체 노광설비에 들어가는 광학계가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되는 현실을 본 뒤 이들 제품을 국산화해야겠다고 결심하고 1999년 현 회사를 창업했다. 처음 반도체 핵심 설비에 들어가는 광학부품을 제조했고 방위산업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국산 지대공 유도 미사일에 정밀 렌즈를 공급하며 회사는 한걸음 더 성장했다. 회사 이익의 약 50%를 과감하게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성장했다. 이후 조 대표는 2011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광학전시회에 방문했다가 참여한 중국 업체가 1만 개에 이른다는 사실을 보고 돌아와 우주광학연구소를 세웠다. 전시회에서 본 수많은 중국 업체가 10년 후 10%만 살아남아도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했고 고난도의 초정밀 광학계 생산을 고민하며 우주광학에 뛰어들었다.
2013년 과학위성 3호 카메라 렌즈 제작 사진.
전자광학위성감시체계 탐색 망원경.
국내에서는 국책연구원과 협력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이 올해 8월 목표로 하는 ‘달탐사 프로젝트’에 고성능 카메라를 공급했다. 달 궤도를 돌면서 달의 표면을 관찰하는 위성에 탑재된다. 비축-자유곡면 3반사 광학망원경 개발 프로젝트인 패스파인더(Pathfinder)는 국내 순수기술로 구성된 프로젝트이며, 이 중 가공하기 어려운 미러 3개를 그린광학이 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납품된 미러는 조립 후 성능 평가에서 관련 담당자들의 기대 이상으로 우수한 결과를 냈다. 조 대표는 “이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 대비 소형화 하면서도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므로, 향후 우리나라가 망원경 및 인공위성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주광학산업에 국가 차원 투자 절실”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 인터뷰
조현일 그린광학 대표가 우주광학 부문에 뛰어들기에 앞서 직원들과 해외 원서 스터디를 했다. 그는 “해외 원서 133권을 번역해서 직원들과 국산화와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며 “투자와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라는 점을 알고 본질적인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려운 산업 부문임에도 조 대표는 해외 유수의 광학기업들이 우주 부문에서 먹거리를 확장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주저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우주 광학 국산화에 뛰어들었다. 조 대표는 “우주광학은 산업구조상 국가에서 꼭 키워야 하는 분야”라며 “인공위성 및 대형망원경의 광학계를 국내기업 기술을 활용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우주광학은 고작 20∼30년밖에 안 되는데 일본의 ‘니콘’은 100년, 독일의 ‘칼자이스’는 175년이나 된다”면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수익이 나기까지 공격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이 소요되는데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우주 공간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하면 지난 10년간 공들인 노력들이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내가 왜 우주광학분야에 뛰어들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히든 챔피언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세계 마켓셰어를 좌우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은 독보적인 선행기술을 만들어 특허화 해놓은 기업들’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당장은 수익을 내기 어렵더라도 시장을 이끄는 선행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