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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조원 규모 국·공유지 개발, 일본에서 배워라”…국토연구원 보고서

입력 | 2022-04-25 11:39:00

국토연구원 세종 신청사. 2017.4.11/뉴스1 © News1


“1000조 원 규모의 국·공유지의 가치를 높이려면 일본에서 배워라.”

국토교통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국내 국·공유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주장을 담은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 61호-국·공유지 개발의 유연성 확보방안: 일본 국·공유지 활용사례를 중심으로’)를 내놔 눈길을 끈다.

일본의 경우 국가와 지방정부가 일본 국토면적의 30%가 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발 방향을 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국공유지를 활용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와 재정건전화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비슷한 규모의 국·공유지를 보유한 한국의 경우 민간참여개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등 지극히 제한적인 국·공유지 개발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의 당면과제 해결을 위해 국·공유지의 통합개발 추진과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을 확대하는 등 유연성을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일본, 매각 재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공유지 활용
25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일본의 공적 부동산은 전체 국토의 31.5%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70%는 지방자치단체가, 나머지는 국가가 각각 소유하고 있다. 자산가치로 보면 일본 부동산 전체 자산가치는 2경3500조 원이고, 공적 부동산은 24%에 해당하는 5600조 원 규모이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공적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관리 운용하기 위해 2008년부터 대책(‘PRE 전략’)을 마련한 뒤 공공이 주도하기보다 민간사업자와 적극 협력하는 방식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공적 부동산 활용방안은 지역활성화와 방재기능 강화, 주거환경 개선,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을 목적으로 크게 ① 매각 ②재개발 ③집약개발 ④이전·교환 ⑤민간에 임대 ⑥용도전환 등 6가지로 나뉘어 추진된다.

매각은 민간사업자가 지자체 등의 개발조건에 따라 개발하는 조건으로 공적 부동산을 민간사업자에 매각하는 것이다. 예컨대 초등학교 부지를 매각하면서 인근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지구계획을 수립하고, 개발여건을 상세하게 규정해 지역사회 요구를 맞추는 방식이다.

재개발은 공적 부동산과 주변의 사유지를 포함해 재개발하면서, 개발은 민간이 주도하되 지자체는 제공한 토지 비율에 따라 공익시설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집약개발은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분산된 시설과 부지를 교환한 뒤 공적 부동산을 한 데 모아 개발하는 것이다. 이전·교환은 공공시설을 재개발하기 위해 공적 부동산을 이전 또는 교환하거나, 노후화된 시설을 연속적으로 재개발해 공적 부동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민간에 임대는 공적 부동산을 민간사업자 등에 빌려주어 부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으로, 부지 임대 후 개발로 새로운 도시기능을 도입하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행정재산의 일부를 민간에 개방하고 이용하지 않는 청사 공간을 민간에 임대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용도전환은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불필요해진 건물을 필요한 용도로 바꾸어 부동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 한국, 국유지와 공유지 분리 운영에 활용방식도 제한적

한국은 일본보다 조금 더 많은 국공유지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국토면적(10만432㎢)의 34%가량인데, 국유지가 25%(2만5239㎢), 공유지가 9%(8896㎢)이다. 금액으로는 국유지가 519조6070억 원, 공유지가 450조7680억 원으로 1000조 원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국·공유지의 활용방안이 일본보다 가짓수도 적고, 운용도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공유지 개발은 국유지와 공유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국유지는 개발방식으로 ①기금 ②신탁 ③위탁 ④민간참여개발 등 4가지가 허용된다. 이 가운데 기금개발과 위탁개발이 가장 활발하며, 민간참여개발은 실적이 전무하다. 공유지는 신탁개발과 위탁개발만 허용된다.

또 한국의 국유지와 공유지를 대상으로 한 개발사업은 각 재산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국유재산과 공유재산을 개발사업 단위 내에서 토지를 교환하거나, 건물을 함께 개발하는 사례도 없었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따라서 “일본의 사례처럼 한국도 국유지 활용을 통해 지역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유지와 공유지의 통합개발을 추진하고,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을 확대하는 등 국가와 지자체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유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사전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 관계자 및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유지와 공유지 통합개발을 위해 국유지의 장기임대제도를 확대하고, 국유지 장기임대 대상을 지방공사로 확대하여 지방공사가 통합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개발대상을 일반재산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공유지의 이용 규제도 풀어서 국·공유지의 토지가치 극대화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