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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일가족 6명의 마리우폴 도보 탈출기…“도시가 큰 공동묘지”

입력 | 2022-04-25 12:34:00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침공을 피해 도보로 마리우폴을 빠져나온 한 일가족의 사연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가구 판매원인 예벤 티쉬첸코와 그의 아내 테티아나 코미사로바는 4명의 아이들과 함께 거주하던 마리우폴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티쉬첸코 가족의 집은 우크라이나군이 대피소로 이용하며 러시아군으로부터 결사항전 중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마리우폴은 약품, 식량, 전기 부족과 함께 전투로 인해 황폐해졌다고 한다.

이들 부부에겐 차가 없었다. 마리우폴에서 더이상 견디기 힘든 여건이 되자 이들은 옷과 음식을 싸들고 아이들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가장 큰 아이는 12살이었고, 6살인 막내는 정기적 신경학적 검사 등이 필요한 소두증을 앓고 있었다.

부패 중인 시신, 먼 곳에서의 포격, 러시아군의 호송차와 검문소 등 도시를 떠나는 그들의 여정은 끔찍했다. 그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으나, 어느 곳이든 러시아군이 몇 주동안 폭격을 감행하는 마리우폴보다 낫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내 코미사로바는 “도시가 하나의 큰 공동묘지로 변했다”며 “우리가 살던 곳 주변엔 시신들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평생 그렇게 많은 시신들을 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각각의 러시아군 검문소에서 이들 가족은 코미사로바의 여동생이 인근 마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대가족이 전쟁을 피해 몸부림치는 것을 아는 듯, 러시아 군인들은 그들을 통과시켰다. 어떤 군인들은 가족에게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묻는 러시아 군인의 물음에 코미사로바가 “오리호베(Orikhove)로 간다”고 대답하자 군인은 “안 된다. 거긴 포격을 받고 있으니 서쪽으로 가라”고 조언해줬다고 했다.

탈출 5일째 되던 날, 가족은 무를 싣고 자포리자의 기차역으로 향하던 한 남성의 도움을 받아 차를 얻어탔다.

르비우에 도착한 코미사로바와 아이들은 티쉬첸코가 피난처를 찾아 돌아다닐 동안 역 바깥에서 그를 기다렸다. 한 자원봉사자가 아이들에게 부활절 초콜릿을 주었지만 아이들은 주머니에 넣어둘 뿐 먹진 않았다.

이후 가족은 피난민들을 위한 피난처로 바뀐 한 학교에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제공받았다. 코미사로바는 “솔직히, 우리는 마리우폴이 안전해질 때까진 어디로 갈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처음 우크라이나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본 국기와 군인이 우크라이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며 “난 그저 울고 있었다. 우리는 마리우폴이 우크라이나인에게 되돌아오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