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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해병대…“연평부대에서 집단구타·성고문·식고문”

입력 | 2022-04-25 13:36:00

해병대 마크. (해병대 제공) 뉴스1


해병대 최전방 부대인 연평부대에서 선임 병사 여럿이 후임병 한 명을 지속해서 구타하고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13명이 머무는 생활관에서 A 병장, B 상병, C 상병 등 선임병 3명이 가장 기수가 낮은 막내 병사인 피해자를 구타하고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구타·가혹행위는 2022년 3월 중순부터 그저 심심하다는 이유로 시작됐다. 뒤통수를 때리는 정도에서 시작된 폭행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마주칠 때마다 이어졌고 집단 폭행으로 이어지는 등 강도도 더욱 심해졌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유두에 빨래집게를 꽂게 하고 튕기며 성적 수치심과 통증을 줬고 종아리에는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모욕적인 말을 썼다. 피해자는 그때마다 부대 악습에 따라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차마 옮겨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성고문과 음식(食) 고문도 이어졌다. 가해자들은 샤워장에서 미용도구로 피해자의 음모를 밀었고 더러운 손으로 스파게티 면과 소스를 비빈 후 피해자에게 억지로 먹게 했다.

가해자들의 지시로 걸그룹 춤을 추고 있던 피해자를 본 한 간부는 “나도 이런 거 좋아한다”며 가해자 한 명을 지목하고 “너 팔려 가겠다(전출 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센터는 간부가 이미 부대에서 가혹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참다못한 피해자는 동기들에게 피해를 호소하고 행정보급관에게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해병대사령부는 “인권존중을 위해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라며 가해자들을 구속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센터에 따르면 가해자 중 한 명은 개인 SNS에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병대 연평부대 내 인권침해 및 구타, 가혹행위 관련 사건 내용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센터는 “해병대에서는 엽기적인 인권침해 사건이 외부로 폭로돼 여론의 질타를 받는 일이 잦다”며 “그때마다 온갖 자문기구를 두고 제도를 정비하며 신경 쓰는 척을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유야무야 되고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평부대는 불과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언론에 대서특필 된 바 있다”며 “해병대사령부의 반성도, 성찰도 없는 무책임한 행태가 숱한 군인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고 했다.

해병대사령부는 “해당 부대는 지난 3월 말 피해자와 면담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군사경찰 조사 시 가해자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며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영문화 혁신 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익숙한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했다.

지난 2020년 1월 군인권센터는 2019년 해병대 1사단에서 후임병에게 잠자리를 산 채로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폭로했다. 당시 해병대 측은 “사건·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기간을 설정하고 가혹행위·병역 악습·성 군기 위반 등 부대 관리 전반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강력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