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김태현이 2021년 4월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마스크를 벗은 채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서울 노원구 ‘세모녀 살해사건’ 유족이 담당 검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손 편지를 전달했다.
25일 서울북부지검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 사건 주임검사였던 한대웅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검사)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6)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숨진 자매의 사촌 언니였다. 그는 편지에 “열심히 살아온 외숙모와 어린 제 동생들이 너무나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며 “일가족 생존자도 없는 이 사건은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사건이 검찰로 넘어온 뒤 검사님께 자주 문의도 드리고 도움을 받으면서 검사님은 정말 다르시다고 느꼈다”며 “검사님께서 심사숙고 내려주신 사형 구형과 결과가 달라 유족분들께 죄송하다고 하시면서 함께 마음 아파하신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김태현은 지난해 3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서울 노원구에 있는 피해자 A 씨의 집에 침입해 A 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A 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A 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범행 시점 약 2개월 전부터 A 씨를 스토킹해 왔다.
한 검사는 같은 해 4월 이 사건을 수사해 김태현을 살인·절도 등 5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1심에서 “범행의 동기와 수단·결과에 비춰 피고인의 범죄는 가히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될 극악한 유형이다. 영원한 사회격리만이 정당한 정의 실현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김태현이 수사 및 재판 내내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한 점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사형은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 검사는 피해자 중 한 명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김태현이 피해자 세 모녀 중 작은딸을 살해한 뒤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어머니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확인해 ‘계획범죄’라는 점을 입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한 검사님의) 공감하시는 진심의 눈빛을 볼 때마다 감사했다”며 “세상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하며 편지를 마쳤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