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백현식 대한건설협회 산업본부장,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 허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로 시행 3개월째를 맞지만 그동안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되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5일까지 접수된 현장의 사망사고 건수는 15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 증가했다. 추락, 깔림, 끼임, 충돌 등 법 시행 전에도 많았던 사고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도를 높이겠다던 이 법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
물론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공기(工期) 단축에 집착하며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안전모 미착용, 안전띠·안전망 시설 미비 등 기본을 무시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재(人災)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늘어난 것은 현행 제도가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하청업체는 안전시설 확충에 많은 돈을 쓰기 힘들고, 안전 전문가 중 지방근무를 원하는 사람도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일벌백계하겠다는 엄포만으로 안전도를 높이기는 어렵다.
안전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한 183개 기업들은 대부분 이 법 때문에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안전 담당자는 안전 교육 증거를 사진으로 남기느라 진이 빠질 지경이고, 안전 관련 행정서류는 법 시행 전의 1.5배로 늘었다. 사고가 나면 기업인은 광역노동청, 지방노동청, 경찰 등 3개 기관에 불려 다녀야 한다. 사고 예방 효과는 없는데 상전만 늘어난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