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르펜 꺾고 20년만에 연임
24일 오후 9시 30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 이날 대선 결선투표에서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45·사진)이 승리 연설을 하기 위해 이곳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극우를 막아냈다”며 환호했다.
중도 성향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58.5%를 득표해 41.5%를 얻은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58)를 제쳤다. 5년 전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에 올랐던 그는 이날 재선으로 2002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지도자라는 기록 또한 세웠다.
마크롱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극우를 막기 위해 표를 준 것을 잘 안다. 한쪽 진영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5년 전 결선투표에서 32%포인트였던 둘의 격차가 이번 대선에서 17%포인트로 좁혀지고 “마크롱도 르펜도 싫다”는 기권표 또한 늘어나는 등 정치적 분열과 불신이 심화한 현실을 의식해 국민통합을 재선 첫 일성으로 내세운 것.
마크롱 “내가 싫어도 극우 막으려 표 준것 알아” 통합이 최대 과제
마크롱 20년만에 연임
유권자들 “마크롱-르펜 모두 싫어”… 최저 투표율속 기권율은 최고치
마크롱 “화합위해 노력” 몸낮춰… 르펜은 40% 넘은 지지율에 “희망적”
재선 마크롱, 6월 총선이 첫 시험대… 안정의석 미달땐 국정동력 잃어
당선 인사하는 마크롱 대통령 부부 24일(현지 시간) 연임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지지자들에게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결선투표에서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를 17.0%포인트 차로 이긴 그는 2002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지도자가 됐다. 파리=신화 뉴시스
24일(현지 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승리 연설을 한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만난 회사원 뒤랑 씨는 이날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반이민, 반유럽연합(EU) 노선을 내건 극우 마린 르펜 국민연합 후보가 집권하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시민 4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 유권자들 “마크롱도 르펜도 싫어”
이날 르펜 후보는 41.5%를 얻어 프랑스 극우 대선후보 중 최초로 40%대 지지를 얻었다. 그는 5년 전 대선에서 처음으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보다 32.2%포인트 낮은 지지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17%포인트로 격차를 대폭 좁혔다. 2017년 전국 선거구 중 단 2곳에서 마크롱을 앞질렀던 르펜은 이날 결선에서는 전국 30개 지역에서 마크롱을 이겼다. 르펜은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도 “희망이 보인다. 득표율 자체로 눈부신 승리”라며 6월 총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 르펜, 극우 최초 지지율 40% 돌파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의 첫 시험대는 6월 총선이다. 그가 속한 ‘전진하는공화국’은 현재도 하원 577석 중 267석만 보유해 다른 2개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두 달 후 총선에서 안정적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임 초기부터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 과반 실패 시 야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해야 할 수도 있다. 10일 1차 투표에서 3위(21.9%)를 기록한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 대표는 벌써부터 “총리직을 원한다”고 밝혔다.
3월 5.1%를 기록해 1997년 이후 25년 최고치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정년을 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안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다. 일간 레제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부자를 위한 대통령’이란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유류세 인상이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진 ‘노란조끼’ 시위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