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銀-金 받은 뒤 16년 만 “TV서 보던 수상자 되니 얼떨떨… 유럽 시차 때문에 졸음과 싸워 수상후엔 김연아 언니 축하받아… 4년후 伊 동계올림픽 나가야죠”
‘피겨 요정’ 신지아가 2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소속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자신의 스케이트를 어깨에 멘 채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신지아는 “10년 뒤엔 (김)연아 언니만큼 유명한 선수가 될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오른쪽 위아래 어금니가 흔들려서 병원을 가야 해요.”
신지아(14·영동중)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중 한 명이다. 신지아는 18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끝난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피겨 여왕’ 김연아(32) 이후 16년 만에 ISU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나온 메달이다. 김연아는 2005년 이 대회에서 은메달을, 2006년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25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만난 신지아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은 있지만 이번 대회처럼 큰 대회에서 딴 적이 없었다”며 “내가 TV에서만 보던 시상식의 주인공이 돼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ISU 주니어그랑프리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는 피겨 국제대회 중 가장 큰 대회다.
한국 선수로 16년 만에 메달 주인공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이다. 대회 당시 그의 목표는 ‘클린 연기’였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선수들이 불참했지만, 미국과 일본 등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그를 괴롭혔던 것은 잠이었다. 에스토니아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그는 “아침에는 괜찮았지만 한국이 한밤중인 오후 6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 힘들었다”면서도 “그래도 다 끝나고 연아 언니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아 기뻤다”며 웃었다.
그는 7세였던 2015년 부산 해운대의 한 백화점 내 아이스링크장에서 어린이 피겨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피겨를 배우면서 김연아의 존재를 알았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를 보고 ‘김연아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피겨에 집중했다. 그는 “연아 언니가 트리플(3회전)-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정말 아름답게 연기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특히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음악은 연아 언니와 정말 잘 어울려 빠져들어 봤다”고 밝혔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으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음악을 사용했다.
밴쿠버와 소치에서 활약한 김연아처럼 그도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이번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보면서 큰 무대에서 뛰는 게 정말 멋져 보였다. 다음 올림픽에는 저도 꼭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는 만 15세에서 만 17세로 나이 제한이 높아질 예정이지만 그의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