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합의 후폭풍] 국민의힘 “야합이라는 비판 수용해야”… 전면 재논의 아닌 2개항 핀포인트 민주당 “28, 29일 본회의 열어 처리”… 중재안으로 법사위 소위 심사 돌입 박병석 “지금은 말 아껴야 할 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열려 법무부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9시 반부터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검찰 수사권 조정 중재안을 놓고 논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은 25일 검찰 수사권 조정 관련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서 공직자·선거 범죄에 국한시켜 ‘핀포인트’ 재논의를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다. 중재안이 ‘정치권의 야합’이라는 일각의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합의 파기’라는 비난을 피하면서도 중재안 수정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일축한 뒤 여야가 당초 합의했던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예정대로 처리하기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뒤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니 그전에 법안 처리를 끝마치겠다는 취지다.
○ 국민의힘 “핀포인트 조정”, 민주당 “사실상 합의 파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에 합의를 한 게 사실이고 국민들에게 수용되길 바랐지만 현실적으로 반대 여론이 훨씬 높다”며 “특히 선거 범죄에 대해 정치인이 야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높기 때문에 국회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뜻을 좇는 것이 정치의 의무이자 책무”라며 “재논의 제안에 대해 민주당이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합의 사흘 만에 돌연 입장을 선회한 것은 6·1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 여론의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양당 원내대표가 22일 중재안에 합의한 뒤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선 “정치권이 스스로 범죄 수사를 받지 않으려 야합했다”며 비판 여론이 빗발쳤다. 윤 당선인도 이 같은 비판을 접하며 고심 끝에 중재안에 대해 주변에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24일 이준석 대표와 만나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가 주말 동안 재논의에 선을 그으며 비판 여론을 잠재우는 데 집중했지만 2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발 물러선 것도 이 같은 윤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초 여야 합의대로 중재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의 재논의 요구를 ‘사실상의 합의 파기’라고 규정하면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명분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다.
○ 민주당, 중재안으로 법사위 법안 심사 돌입
다른 민주당 소속 법사위 위원들도 법사위 전체회의에 대비해 경내 대기에 들어갔다. 한 민주당 법사위원은 “앞서 소위가 두 번 열렸으니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28, 29일 본회의 처리 일정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법사위 문턱을 넘기더라도 본회의 통과까지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려했던 ‘회기 쪼개기’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킬 수 있는 180석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계획이다. 민주당은 그간 ‘검수완박’에 부정적이었던 정의당이 이날 “윤 당선인의 ‘오더 정치’로 인해 일어나는 극한 대결의 책임은 온전히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몫일 것”이라고 한 데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도 향후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다만 스스로 합의를 깨뜨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중재안 처리가 무산될 경우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국회에서 부결시킬 가능성이 높아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