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소식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이인섭 교수,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종영 교수, 가톨릭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조미라 교수,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
최근 각 병원의 치료법 트렌드는 ‘환자 맞춤 치료’다. 맞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마다 서로 다른 면역 상태와 질환별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간과 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예측 모델과 바이오마커가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의 최종영 교수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 연구팀은 간 이식 환자의 혈액을 이용해 간 내 면역 상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아바타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간 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혈액 내 면역세포를 이용해 아바타 마우스 모델을 만들었다. 아바타 모델의 분석 결과와 환자의 혈액과 간 조직 결과를 비교해봤더니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간 이식 면역 관용 환자는 아바타 모델에서도 약한 염증반응과 안정된 면역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간 이식 거부반응이 있는 환자는 아바타 모델에서도 심한 염증 반응과 면역 불균형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면역억제제를 포함한 약물투여 실험을 통해 약물 투여 전후와 약물 종류에 따라 아바타 모델의 염증반응 차이도 확인했다. 환자에게 직접 약물투여를 하기 전에 아바타 모델을 통해 치료반응을 예측하고 약물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순규 교수는 “간이식 환자들의 면역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은 환자의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가 간 이식 환자들의 예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최근 국내 의료진이 미국 의료진과 협력해 혈액 분석으로 위암 항암제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를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국소 진행성 위암 환자들은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항암제가 환자 모두에게 효과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이인섭 교수팀은 미국 시티 오브 호프 종합 암센터 의료진과 함께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국소 진행성 위암 환자들의 혈액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항암제 치료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서 과발현되는 마이크로RNA(miRNA) 2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국소 진행성 위암 환자들은 대부분 ‘플루오로피리미딘’과 ‘플래티넘’ 항암제 병용 요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만 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나머지 환자에서는 오히려 종양이 더 진행되거나 전신 건강 상태가 악화되기도 한다. 항암제 독성 때문에 추가 치료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국내 위암 환자 29명에 대해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29명 중 15명은 항암제 병용 요법에 효과가 나타났으며 14명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이인섭 교수는 “항암제는 독성이 있어 치료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암이 진행되면서 환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에 암 환자 치료에 있어 첫 번째 약제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전이성·국소 진행성 위암 환자에게 사용되던 항암제의 치료 반응 예측 도구가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바이오마커 발견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가 가지는 의의”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