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테니스장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확인한 예약 현황. 오늘의테니스 사이트 갈무리
테니스를 치기 시작한 지 1년6개월차 한모씨(31)는 테니스장을 예약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온라인 예약사이트에서 매주 일요일 0시에 ‘수강신청’하듯 올림픽공원과 구리한강공원 등 구장 예약을 시도하지만 서버가 다운되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한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심했을 때는 경기장이 더 닫히면서 한 달에 1번밖에 못 치는 날도 있었고, 시간당 대여비가 2만원인 곳을 빌리기 힘들어 4만원을 주고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부터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0)도 “서울 시내에 테니스장이 많은 편이 아닌 데다 대부분 테니스 클럽에서 1년 단위로 대관을 해 개인이 빌리기 쉽지 않다”며 “올림픽공원 구장은 사용 일주일 전에 온라인 예약이 열리는데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온라인예약 사이트로 서울 서초구, 강동구, 구로구, 양천구 등의 서울 시내 23개 테니스장을 확인해본 결과 주말은 모두 마감됐고, 평일 오전이나 퇴근시간 전인 오후 4시 이전에만 예약할 수 있었다. 테니스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자신이 예약한 시간대의 예약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게시글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개인강습을 예약하기도 쉽지 않다. 매주 토요일마다 강습받는 김씨는 “좋은 시간대인 주말 오전으로 강습 시간 변경이 어렵고, 특히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는 대기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6개월차 ‘테린이’인 김유정씨(30)도 “테니스 강습 자리가 거의 없어서 강습을 받는 지인이 껴줘서 겨우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테니스파크 서울수도공고 지점에서 회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테니스파크 제공
직장인 김씨도 “디자인이 예쁜 라켓은 금방 매진돼 버려서 지점별로 상품이 들어왔는지 전화를 돌려보고 겨우 살 수 있었다”며 “특히 초보자용 라켓은 종류도 한정적이고 테니스용품숍도 많지 않아 라켓을 사기가 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테니스용품을 해외에서 직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를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와 달리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테니스 열풍이 불면서 ‘테니스클럽’ 등 동호회도 늘어나는 추세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클럽에서 모여서 함께 테니스를 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한씨는 “2030 테니스동호회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같이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초보 때는 구장을 구하기도 힘들어 클럽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2030 대표 테니스 커뮤니티 테니스파크 클럽장 김성웅씨(34)는 “2020년 3월에 클럽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는데 그해 8월부터 지금까지 회원 수나 온·오프라인 유입자가 계속 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임을 못하기도 했고, ‘워라밸’이 화두가 되면서 자기관리나 생활 측면에서 테니스를 택한 사람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 모이는 정회원과 일일 게스트는 월 평균 800명 이상이다. 그들은 구력별 그룹핑이 제공되는 게임코트나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는 초보코트에서 모여 운동한다. 또, 테니스에 ‘도전해보고 싶은 누구나’ 참여 가능한 실내테니스 공간은 초보 테니스인들의 커뮤니티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예약을 위한 오픈채팅방에는 1200여명, 온라인 유입자는 하루 평균 15만명 정도로 크게 늘었다.
그는 “테니스가 스포츠 영역뿐 아니라 의류, 패션, 코스메틱이 어우러지고 문화적인 측면으로도 확장되고 있다”며 “테니스를 치면서 편안하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초보자도 눈치 보지 않고 함께 운동하는 건강한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