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검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제이콥 임 미국 LA 지방검찰청 검사보(51·사진·Deputy District Attorney)는 26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는 입법을 논의하며 ‘수사권이 없는 미국 검찰처럼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주장은 완전히 틀리다”고 말했다.
25년 간 미국에서 검사로 일한 임 검사보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지방검찰청에서 일하고 있다. 임 검사보는 LA 지검장의 명령을 받아 검찰 업무를 지휘한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인검사협회(Korean Prosecutors Association)는 전세계 100여 명의 한국계 외국인 검사로 구성된다. 대부분은 미국 검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미국 검사는 수사권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발의하며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수사와 기소 분리의 대표적인 모델로 제시하고 “문명국가 어디에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에서 마련한 ‘검수완박’ 중재안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미국 검찰청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 발의된 법안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는 없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있어 이를 바로잡고자 인터뷰에 응했다.”
―어떤 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것인가.
“일부 의원들이 ‘미국 검사는 수사권이 없다. 미국처럼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미국 검사는 연방검사든, 주 검찰청 검사든, 지방검찰청 검사든, 시 검사든 모두 수사권을 가진다. 수사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제한은 없다. 수사를 개시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한인검사협회는 2017년 이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검사가 넘겨 받는 경우에는 어떤가.
―왜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수사권을 가지는 건 당연히 정의 실현과 공공 안전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그건 경찰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경찰은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A 경찰청이 LA 시장의 부패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한다고 치자. 문제는 LA 시장은 LA 경찰청에 대한 행정권한 등을 가지고 있고 LA 경찰청장은 LA 시장이 임명한다. 그래서 LA 경찰이 LA 시장을 수사할 때 정치적 외압을 받을 수도 있고, 이해관계의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LA 지방검찰청이 수사를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LA 시장은 LA 지방검찰청에 대한 아무런 지배권이나 관할권이 없기 때문에 독립된 수사,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다.”
―다른 경우에는 어떤가.
“권력자의 재산 범죄나 부동산 범죄의 경우도 똑같다. 검사들이 한다. 경찰, 연방수사국(FBI) 등 법 집행기관도 물론 수사권을 가진다. 하지만 독립성을 부여받은 검사가 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그럼 ‘검수완박’ 법안이 잘못된 것이라는 건가.
“앞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걸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다만 나도 한국인이고,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 사회에서 ‘미국 검사는 수사권이 없다’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중대한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인터뷰에 응했다. 당연히 국민의 이익을 위한 형사사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물론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다르지만 사실 전세계 검사들의 목표는 비슷하다. 정의 실현과 공공 안전 보장이다. 미국 검사들은 수사권이 있고, 이것은 미국에서 정의를 실현하고 공공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 기여했다. 이걸 한국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