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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무엇을 그만할지 선택, 스타트업 운명 가른다”

입력 | 2022-04-27 03:00:00

사업 방향-전략 수정하는 ‘피벗’… 기존 전략 중단하는 결정에서 출발
변화 거부한 스타트업 결국 실패…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게
‘무엇을 할까’보다 어쩌면 더 중요




업무 협업 도구를 개발하는 ‘슬랙’은 원래 온라인 게임 회사로 출발했다가 사업 방향을 틀었다. 이렇게 기업이 자신의 활동, 자원, 관심을 재분배함으로써 전략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피벗(pivot)이라 부른다. 그런데 수많은 스타트업이 피벗을 시도하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피벗에 성공하는 스타트업과 그렇지 않은 스타트업의 운명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기존 전략을 그만둘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과 퀘스트롬 경영대의 연구진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종단으로 사례 연구를 실시해 스타트업 7곳이 내린 93개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분석했다. 이들은 기성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전략 연구로 스타트업의 피벗 행위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존 전략에 문제가 있음을 분명하게 아는 기성 기업과 달리 스타트업에는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알려줄 수 있는 비교 가능한 과거 데이터도, 경쟁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스타트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그리고 이 의사결정이 피벗을 가져오는 과정을 함께 살펴봤다. 그 결과 기술, 시장, 자금 조달, 공급사슬, 조직 운영 등 다섯 가지 요인이 스타트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촉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아가 피벗이 단 한 번의 커다란 전략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점진적인 전략 변화가 누적돼 나타나는 결과물이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기존 전략의 타당성을 검토해야 맨 처음 수립한 전략에 문제는 없는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지는 않았는지 등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공적인 피벗은 기존 전략을 중단하는 의사결정에서 출발한다. 기존 전략에 반하는 새로운 정보를 입수했을 때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 전략을 고수한 스타트업은 피벗에 실패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우선 기존 전략을 중단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전략을 조금씩 수정한 스타트업은 최종적으로 피벗에 성공했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데 주력한다. 하지만 자신의 전략이 올바른지 검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수립한 최초의 전략에는 필연적으로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피벗에 성공한 스타트업만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고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은 매우 제한된 자원으로 전략을 실행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기존 전략에 대한 자원 투입을 멈춰야만 새로운 전략을 실험할 수 있다. 어쩌면 ‘무엇을 할까’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지 않을까’다. “전략의 핵심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명언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sh.kang@cnu.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